토요일 6호선 환승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간다. 쿰쿰한 지하의 냄새가 향긋한 꽃향기에 밀려 내려간다. 마스크 안으로 들어오는 진한 꽃 향을 들숨에 길게 담아본다. 아, 기분 좋다.
환승길 중앙에 위치한 꽃집은 타닥타닥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다채롭고 향기롭다. 핑크 장미를 주문했다. 그냥 비가 오니까. 비 오는 날의 장미는 너무도 낭만적이기에. 황금 같은 주말에 오늘은 나 홀로 대표님을 독대하게 되었다. 장미에 고마움과 설레는 마음을 담아 딛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함께 좋은 글을 읽고 글쓰기 방법에 따라 글을 분석해 보는 걸 처음 해보았다. 매주토요일 서로의 글을 읽고 합평한다. 첨삭을 처음 받아보았다. 내 글이 이러했구나. 병원에서 건강검진받은 느낌처럼 글을 이곳저곳 구석구석 살펴봐주었다. 치료할 곳도 있었고, 미처 생각지 못한 예방도 해야 했고, 관리를 잘했다며 칭찬받은 부분도 있었다.
이번 주 제출한 글은 교정 볼 것 없이 제목만 있으면 좋겠다는 기분 좋은 진단을 받고 제목을 더해 블로그에 올려 보았다. 블로그도 매일 써보겠다!! 타오르던 마음도 어느새 후루룩 뒷전으로 밀리며 꺼지길 반복. 이제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시작하며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차곡차곡 쌓아보리라 또 다짐한다.
맛있는 초밥과 사케 한 잔. 지나칠 수 없는 참새 방앗간, 서점. 이토록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나 하며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읽었던 이슬아 작가의 오늘의 침실. 두툼해서 더 좋았던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구매하고 다시 집으로 간다.
요즘 넌 언제 가장 행복하니? 누군가 묻는다면미소가 떠나지 않는 시간, 맞다며 말장구 동동 치는 시간. 오며 가며의 시간들도 설렘으로 다가오는 시간. 비와 책과 꽃과 사케가 함께 하는 시간. 바로 지금 책과 글을 나누는 이 시간들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기분 좋은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