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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슬 Sep 25. 2024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마이크 타이슨

꼭 임사체험까지 아니더라도, 죽음은 바로 곁에 있는 생각이 들다.

어느 주말 저녁, 나의 정맥에 빨대가 꼽히더니 쉬익 소리가 날 때까지 혈액을 빨아먹고 도망가는 그림자가 느껴졌다. 온몸에 힘이 주욱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더  거실바닥이 솟구 내 이마를 때리고선  정신을 잃었다. 아이째지는 울음소리 덕분에  정신 들었지만, 부터 한동안은 식탁에 오른 음식이 가루처럼 느껴지 시작했다.


마이크 타이슨이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p23, 김영민, 어크로스)



갑자기 처맞아 보니, 별 게 다 부럽고 서러웠다.


밥. 쌀을 씻어 약간 불리고, 솥에 안친 뒤 기다리면 나는 갓밥의 촉촉한 내음.


국수. 아삭진초록의 열무김치에 묻은 양념 갓 삶아낸 소면을 휘감을 때 참기름 두어 방울 떨어뜨려 슥슥 비비며 내는 촉촉한 소리.


설거지. 세상 귀찮은 일이 아닌, 온전히 두 발로 서서 고개를 숙이고 하루의 찌꺼기를 씻어낼 수 있는 명상의 시간.


건강을 되찾고 또다시 일상의 근심들 한숨이 쌓여갈 테니, 그때마다 이 글을 꺼내 먹고 처맞지 않기 위한 대비 필요하다.


한동안은 이런 말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밥하기 귀찮아.....국수로 대충 때우지모....설거지옥..."


작은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순간이 찰나라는걸 틈틈히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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