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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연 Jul 13. 2022

사교육과 돈의 상관관계

사립초등학교를 나온 나는 사립초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학교에 다닐 때는 몰랐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나이에 몸에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수영, 스케이트, 스키를 배우고 오케스트라를 경험했던 게 얼마나 흔치 않고 값진 경험이었는지를 잘 알겠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예체능에 관한 한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그런데 예체능 학원을 시작하기에 딱 적합한 나이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경험할 수 있는 범위가 확 줄어들었다. 피아노와 태권도는 무난히 시작했지만, 필연적으로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수영은 지금까지도 못 보내고 있다. 물론 스케이트와 스키 등은 마스크를 쓰고도 충분히 가능한 종목이지만, 솔직히 코로나 현실에서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 자체가 꺼려진다. 그래서 결국에는 최소한의 것, 기본적인 것만 하게 된다.     


3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겨울방학에 아이는 처음으로 영어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엄마와 공부했던 내용과 조금은 중복되는 데다가 워낙 선생님의 말씀을 하늘과 같이 여기는 아이라, 다행히도 잘 적응하는 모습이다. 영어가 포함되면서 월 학원비는 100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태권도 주3회 13, 피아노 주1회 12, 플루트 주1회 14, 독서 논술 주2회 13, 그리고 영어 주3회 30이다. 방학이 끝나면 피아노는 그만둘 것이고 영어도 시간이 줄어들 테니 어떻게 해도 이것보다는 덜 들 것이다. 내가 처음에 심란했던 이유는 100이니 200이니 하는 액수 자체보다 ‘초등학생인데 벌써 학원비가 100이라고?’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심리적인 거부감이 컸다. 물론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모든 학원을 다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복병이 있었다. 학원비가 다가 아니었다. 학원 차량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를 위해 나는 지금 거의 모든 학원을 라이딩해주고 있는데, 중간에 비는 시간에 쓰는 간식비 지출이 생각보다 크다. 사실 영어학원 차량비가 3만 원이라고 해서 나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차량 이용 안 하고 우리 둘이 밖에서 뿌리고 다니는 돈이 훨씬 더 많다. 학원을 더 보낼수록, 학원비도 늘어나고 학원 앞뒤로 쓰는 돈도 늘어난다. 소소하지만 주유비도 더 들 것이고. 유일한 장점은 날로 향상되는 나의 주차 실력!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아이와의 유대감 상승?     


지금은 방학이니까, 나도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라는 마음으로 요즘 그냥 살고 있다. 솔직히 내가 엄마로서 해주는 건 밥해주는 것과 학원 라이딩해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도 온종일 내 시간이 없다는 사실에 주기적으로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아이 학원 시간 중간에 카페에 앉아 멍하니 바깥도 바라보고, 커피도 한잔하고, 컴퓨터도 하는 시간이 나의 유일한 숨구멍이다. 육아가 체질인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럽고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나는 육아를 늘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이를 놓고 일을 할 자신도 없고, 이래저래 딜레마이다.


요즘 나는 이가 영어학원에 간 동안에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태권도에 간 동안에는 컴퓨터를 켜고 무슨 글이든지 일단 쓰기 시작한다. 이렇게 저렇게 일상에 소소하게나마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제는 너무 답답해서 동네 친한 언니를 불러내서 잠깐 수다를 떨었더니 그 상쾌한 기분이 하루 정도는 유지되었다. 오늘은 병원 갈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아이쇼핑을 했더니 좀 살 것 같다. 내일은 점심에 짬이 나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어제, 오늘, 내일의 일정 모두 2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일정이지만 그 덕분에 나는 힘을 얻는다. 친구를 만나고, 카페에 가고, 드라이브하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결국 모든 것은 돈과 연결되는 슬픈 현실.


역시 자본주의의 힘은 언제 어디서나 예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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