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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연 Jul 14. 2022

사랑은 변할까?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박준 <마음 한 철>


나에게도 사랑이 전부이던 때가 있었다.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그 사람을 아작아작 씹어 먹고 싶었다. 그래야만이 온전히 내 것이 될 테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사람은 나의 남편이 되었고, 지금 우리는 불타는 사랑 대신 평화롭고 안정된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좋은 점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예전에 우리가 뜨겁게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다는 것이다. 그 기억 덕분에 결혼 생활의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길 수 있었다. 예전에 그토록 빛나던 남편의 모습을 기억하기에, 탈모로 휑해진 뒤통수, 야근에 시달려 축 처진 어깨, 그 와중에도 아이를 바라볼 때면 어김없이 반짝거리는 눈빛 같은 것들을 보면, 내 마음은 곧바로 무장해제된다. 


사랑은 과연 변할까? 내 대답은, 사랑은 변하고 또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가족을 위해 소박한 밥상을 준비하고 서로 두런두런 일상의 대화를 나누고 남편과 아이의 손을 잡고 저녁 산책에 나서는, 그런 심심한 삶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지금의 마음으로 앞으로 남은 날들을 남편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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