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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Mar 11. 2020

일회용품은 주지마세요(단호)

소소한 환경보호 실천기

반재택(?) 근무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 갔다. 저녁먹을거리를 주문하고 이고간 통을 2개 내밀었다.


1인분씩 들어갈까요?


통이 작으면 반반 나눠 담아달라고 하려는데 기어코 3인분이 들어간다며, 1인분씩 요리하기 힘들다고 3인분 주문을 밀어붙인다. 그래, 몇일 두고 먹지 뭐, 하는 마음으로 3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음식이 다 되었다고 부르신다.

카운터에 가보니 내가 가져온 통 하나가 빈 채로 있고 떡하니 일회용기가 버티고 있다. 일회용기를 안 쓰려 반찬통을 동네 한바퀴를 이고 왔는데 결국 일회용기에 담겨 나온 음식을 보니 훅 화가 치밀었다.
 

넘치면 그냥 담기는만큼만 담아주시지... 일회용품 안 쓰려고 일부러 챙겨온건데..


억눌렀지만 내 목소리엔 짜증이 새어나와버렸다. 그걸 느꼈는지 사장님의 말투도 약간 격앙되어 있다.

아니 그럼 미리 말을 하지


담기전에 물어보셨으면 말씀드렸을텐데요


쌍방이 억울한 상황. 이미 쓰여진 일회용품을 돌이킬 수고 없고, 하는 수 없이 들고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내 잘못이다. 아직 일회용품이 기본, 다회용기가 옵션이라 단순히 다회용기에 포장을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안되는거였다. 반드시 다회용기에만 담아주세요, 라고 강조했어야 했다. 아직 우리 사회는 되도록 다회용기를 쓰자 보단, 일회용품 꺼리는 사람도 있나? 에 합의점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아직 경각심이 부족해서 내 의사를 미리 정확히 전달하지 않은 것이니, 나에게 책임의무게를 두기로 했다. 아무리 내 의도가 좋았던들 내 의도’만’ 좋았던 건 아닐테니까. 뭐, 해코지하려고 일회용품에 담아주는 사람이 어딨겠어.


와서보니 비닐에 이중포장이 되어있다. 꺼내보니 가져간 통에 딱 알맞게 들어간다. 이럴거면 그냥 넣어보시지..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뒤늦게 질척거리지 말아야지^^;; 아무튼 통은 깨끗한데, 이 시국에 반납해봐야 쓰지도 못하겠지? 아쉽지만 잘 뒀다 한두번이라도 더 쓰고 깨끗하게 분리수거해야겠다.


최근 코로나때문에 카페에서도 먹고가는 손님에게 일회용컵에 담아주더라. 그 바람에 안 그래도 코로나로 자제하게되는데, 더 안 가게 된다. 혹시나 커피가 너무 먹고싶으면 텀블러 가져가서 테이크아웃만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의료폐기물도 감당 못할 만큼 많이 발생하고 있다더라. 여러모로 시국이 시국이다. 바이러스의 확산방지와 의료대처는 당연한 것이고 그걸 반대하는 건 전혀 아닌데, 아무래도 이 사태가 진정되면 또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이 또한 걱정이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근 한 달 정도 실천 중인데, 아주 조금 번거로운 것 빼면 환경호르몬 걱정도 덜되고 훨씬 마음이 편하다. 조금 귀찮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만, 두 개 쓸 거 한 개만, 혹은 일주일에 하루라도 일회용품 덜 쓰기에 함께해주면 좋겠다. 원래 세상은 그런 작은 실천들로 바뀌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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