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직해야할 나의 귀한 인연
집으로 나의 오랜 친구가 보낸 엽서가 도착했다는 알림 문자를 받자마자 부리나케 1층 우편함으로 내려갔다.
새해라고 나를 떠올리면서 직접 고른 엽서에다 직접 손글씨로 덕담을 적어 보낸 고마운 친구.
얼마 만에 받아보는 손편지인지.. 연애편지를 받는 것처럼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마음을 미처 숨길 틈도 없이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아무도 보는 이는 없었으니 상관없었다.
행여나 닳기라도 할까 소중해서 겨우 열어본 봉투 속에는 봄날의 풍경 같은 따듯한 그림이 그려진 엽서가 들어있었다. 흰 엽서 위로 빼곡하게 채워진 내 친구의 정답고도 반가운 손글씨.. 글씨만 보고도 당장 친구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를 나직이 응원하는 글이었다.
나와 나의 가정이 따듯하게 느껴져서 봄꽃이 그려진 엽서를 골랐다고 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나의 시간도 꾸려내는 나의 에너지가 부럽다고 마치 잘하고 있다고 곁에서 나의 등을 토닥여주는 듯한 그런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항상 그랬다.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봐 주고, 묵묵하게 응원해주던 친구였다.
지금보다 아주 어렸던 초등학생 때부터 20대의 후반에 접어든 현재까지 늘 그래 왔다.
내가 수능시험을 앞두고 아침마다 영어단어가 빼곡히 적힌 수첩을 들고 등교하던 열아홉 살에는 같이 영어단어가 적힌 종이를 들고 곁을 걸어줬고,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늦은 밤에는 같이 교문을 나와 집으로 향하며 걸어가던,
대학에 갓 들어간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는 나의 선언에 많이 놀라던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축하해주던 나의 친구.
결혼생활과 육아는 현실이고 처음이기에 모든 일이 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을 때에는 내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어쩌다 가끔 보게 되면 그냥 마치 엊그제도 어제도 보아왔던 것처럼 ‘요즘은 너 이런 것 같아. 저런 것 같아. 그래도 좋아 보여.’ 하고 담담하게 말해주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는 틈에 내 시간을 찾고 싶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고 했더니 대단하지도 않은 그런 소소한 일도 대단하게 만들어 칭찬해주는.
유난스럽지 않게 잔잔히 늘 보이지 않는 위로와 응원을 건네던 친구였다.
가정을 꾸린 후로는 아이들 키우고 산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자주 못하고, 여유롭게 만나서 밥 한번 마음 편히 먹지도 못했지만
그 친구 또한 나 못지않게 바쁜 삶일 텐데도 잊지 않고 챙겨주는 마음에 감동의 여운이 참 오래간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든
곁에서 늘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삶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