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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원 Jan 18. 2022

집에서 애만 키우던 내가 근사해지기까지.

오늘도 근사하게 사는 연습중입니다.

나 근사하게 살고 있네?

얼마 전, 거울을 보고 나 스스로 생각했다.


비싼 옷을 걸친 것은 아니다.

명품가방을 들지도 않았다.

입이 떡 벌어지는 궁전 같은 집에 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근사하게 살고 있다고 내가 나에게 말했다.

뭐가 그렇게 근사한데? 내가 나에게 반문한다.


내가 또래 중에서 가장 일찍 아이를 낳고 한참 처음 겪는 육아로 헤매고 있을 무렵에 함께 대학에 입학했던 친구들은 어느새 졸업을 했고, 대학원에 진학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취업을 하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자기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열심히도 달려가고 있는데

나만 우두커니 제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았다.

아니지. 걸음을 멈추다 못해 오히려 점점 더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들 제 능력을 펼치고 키우며 자유롭고도 멋지게 살아가는데 내가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성과도 없으며 아무런 티도 나지 않는 집안일,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마저도 힘들어하고 버거워하는 꼴이라니.

우울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니,

나에게 집에서 애만 키우고 살아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손가락질하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응원하고 손뼉 쳐주고 있는데, 나를 손가락질하고 낭떠러지로 몰아내어 구렁으로 빠뜨리던 이는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나날이 성장하는 듯한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기만 했던 건 아닐까.

어쩌면 그들도 힘든 부분이 있을 수도, 나를 보며 부러워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나는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하고싶은 무언가를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어두컴컴한 구렁 속에 빠져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밖으로 끌어내 주었다.

그리고는 온몸에 묻은 흙을 탁탁 털어내 주고 축 처진 어깨를 곧게 펴주었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애 키우는 것 밖에 없네.’라고 건네던 말을 ‘아이들을 이렇게 예쁘게 잘 키우고 있다니, 너무 대단하다.’라고 바꾸어 건넸다.


그랬더니 나는 제법 근사해졌다.

앞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도 얻었다.


내가 나를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주었더니 내 얼굴에 환하게 빛이 찾아들었다.


값비싼 옷 대신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옷을 지어 입었더니 나는 더 근사해졌다.


창 밖의 하늘이 우중충한 날에도 내 마음엔 무지개가 떠올랐다.


이제는 안다. 나는 멈춰있지 않았으며, 뒤쳐지고 있지도 않았다. 꾸준하게 느긋한 걸음으로 나의 길을 찾아서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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