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원 Jan 13. 2022

예쁜데 힘들고, 힘든데 예쁩니다.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엄마의 마음.

첫째도 방학이 끝나고, 둘째도 감기와 이별하면서 각자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다시 등원을 시작했다.

누나들이 하원하기 전, 부지런히 셋째 분유를 든든하게 먹이고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귀가 금세 빨갛게 물들 만큼 겨울바람이 차다. 눈이 내려 소복이 쌓이고, 그 위로 얼음이 얼었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 만지고 노느라 아이들 발걸음이 오늘따라 늦다.

여러 번 부르면서 걸음을 재촉해봐도 영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아마도 추우니까 얼른 오라는 엄마의 말이 들리지만 안 듣고 싶어서 자체적으로 엄마의 잔소리를 차단한 상태인 듯했다.

너무 추워서 아파트 1층 현관 앞이라도 먼저 가서 기다리자 싶어서 나부터 종종걸음으로 유모차를 밀고 가는데 엄마가 먼저 가버렸다고 둘째가 눈 만지며 놀던 그 자리에 멈춰서는 세상 서럽게 운다.

다시 유모차를 밀고 가서 ‘ 안아줘! 안아줘! ’ 하고 우는 둘째를 안아 들었다.


‘엄마! 이 거봐라? 나 스케이트 잘 탄다~’

그사이, 눈이 얼어붙어 미끌미끌해진 얼음 위에 서서 첫째는 신나게 발을 문지르고 있다.

‘그러다 넘어진다! 그만하고 이리 와~’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만 빙그르르 미끄러져 넘어지고 만다.

이 정신없는 와중에 유모차 속에서 셋째는 또 곤히 잠들었다.


둘째는 안고, 손이 부족하니 첫째는 달래며 유모차를 밀어 집으로 무사히 귀가했다. 하원하면 주려고 아까 미리 사온 구슬아이스크림을 꺼내 보이자마자 언제 울었냐는 듯이 아이들 얼굴이 다시 환해진다.


이렇게 추운데 아이스크림을 준다니, 그것도 감기에서 이제 막 벗어났는데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엄마라니. 엄마로서는 조금 양심에 찔리지만, 아이스크림은 언제 먹어도 달콤하고 행복하니까..

나도 어렸을 때는 더우나 추우나 아이스크림을 달고 살았던 기억이 있다. 춥다고 이불을 돌돌 싸매고도 그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었다.


‘손 씻고 식탁에 앉으세요~’ 하자마자 ‘네!’ 큰 소리로 대답하고, 둘은 스스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욕실로 들어간다.

디딤판에 올라 까치발을 들고 후다닥 손을 씻고 오더니 식탁에 턱 하니 앉아서 아이스크림 언제 뜯어주나 엄마 손만 쳐다보고 있는 반짝이는 눈들을 보니 웃음이 난다. 아까는 추우니까 얼른 오라는 부름에는 들은 척도 않더니 이럴 때는 말도 잘 듣고, 둘이서 아주 손발이 척척 맞는다.


뜯어서 하나씩 제 몫을 나누어주니, 아까 밖에서 엄마가 먼저 간다며 울고, 엉덩방아 찧었다며 울던 얼굴들은 온데간데없고 세상 다 가진 듯이 행복한 얼굴로 구슬아이스크림 한 통을 싹싹 비우고는 눈이 안보일 정도로 웃으며 엄마한테 살살 애교도 부린다.

‘엄마 다 먹었어요. 고마워요~’

나는 그 앞에 앉아서 그 모습이 예뻐서 카메라로 찰칵찰칵 담는다.


같이 책도 읽고, 기분이 좋아져서 엄마가 틀어준 음악에 맞춰 열심히 엉덩이 흔들며 춤추고 한참을 놀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간 사이에 엄마가 종일 열심히 치워둔 놀이방에서 놀잇감을 다 꺼내어 5분만에 다시 청소하기 전의 상태로 돌려놓는다.


차려준 저녁밥은 맛있다며 엄지손가락 척척 올려주고, 입을 열심히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에 힘이 나고, 사랑스러워서

아가들의 작고 통통한 엉덩이를 팡팡팡 두들겨준다.


씻기려니 싫다며 도망 다니는 아이들은 잡아서(?) 씻겼더니, 물도   닦아낸 채로 엄마에게 붙들릴세라 부리나케 도망가서 거실 소파로 뛰어드는 둘을 다시 잡아 뽀송하게 머리 말리고 로션 듬뿍 발라 내복을 입히는 동안 손목과 허리는 욱신거리고,

입에서는 ‘아이고, 힘들다.’ 소리가 열 번도 더 나왔다.


다행히도 아직 도망갈  모르는 막내는 욕조에 따듯하게  받아 넣어 씻겨주니 좋아서 히히 웃는데 그럼  나는 ‘아이고, 예뻐소리가 절로 나온다.


무사히  명을 씻기고 나니 첫째랑 둘째는 냠냠  까먹으며 동생 예쁘다고 재잘거리고, 막내는 그런 누나들 보며 재밌는지 까륵거리고 웃는다.

셋이 옹기종이 모여있는 모습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고, 세상 부러울  없다.


그런데  시간이 되어 재우려고 불도  끄고 자장가도 틀어줬는데  생각이 없는지 서로 이불속에서 장난,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오는 소리를 듣고는 반가워서 다시 흥이 난다.

밤이 늦었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겨우 잠든 막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드는 걸 보고 아슬아슬했던 이성의 끈을 놓고 그만 빽 소리를 질러버렸다.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던 날.

예뻤다가 힘들었다가 예뻤다가..  마음이 어찌나 변덕을 부리던지..얼른 오늘의 육아를 마무리하고 싶어 마음이 조급했나 보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것이니 반성은 짧게 하고 내일은  친절한 엄마가 되어보기로 다짐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뭘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