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해야 할 것 같은 일.
누군가가 내게 살면서 후회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보낸 시간을 물어본다면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바로 대학입시를 준비했던 고등학교 3학년, 1년의 시간이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수험생활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에 가지 않는다고 인생이 크게 실패하는 것도,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것도 아닌데
그 당시의 나에게는 목표했던 학교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학교에 꼭 가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목표는 있지만, 특출 나게 성적이 좋거나 머리가 뛰어나지는 않아서
항상 공부한 것에 비해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
실력이 안되면 무식하도록 끈질기기라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간은 물론이고, 멍하니 길을 걷는 시간도 아까워서 등하굣길에는 걸어 다니면서 영어단어를 외우고,
학교에서는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으며 흘러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점심시간마다 혼자 시리얼을 먹으면서 공부를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주변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쉬는 시간에 갖는 친한 친구들과의 수다시간도 일부러 피했다.
이어폰을 양 쪽 귀에 꽂은 채로 문제집 풀이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친구들이 차마 같이 놀자고 다가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친구들은 나를 보고 하루 24시간을 이틀같이 사는 것 같다고 했고,
수능 보기 하루 전 날, 야간자율학습시간에 학교에서 준비해 준 수험생을 위한 행사에 다들 우르르 몰려갈 때에
그럴 시간이 없다며 교실에서 혼자 책상 앞을 지키던 나를 보고 경상도 분이셨던 남자 담임선생님은
특유의 애정이 담긴 격한 억양으로 ‘저거 아주 독한 기집애’라고도 표현하셨다.
그리고는 결국 잠이 올 때마다 정신 차리기 위해 책상 곳곳에, 문제집 구석구석에 빼곡하게 적어 놓았던 학교,
내가 원하던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다시는 그때만큼 열심히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렇게 치열하게 노력하면서 보냈던 나날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힘들었지만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다 대학교에 다니던 중에 나는 내 의지로 가정을 꾸리게 되었는데,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는 안정적이고 적응된 삶에 만족하면서도
괜스레 드는 아쉬움에 나를 드문드문 뒤를 돌아보게 만든 건
그때의 시간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한 가지 생각이 맴맴 머릿속을 맴돌았다.
’ 내가 아이들 키우면서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을까?‘
‘다시.. 해도 되나?’
‘그래, 가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