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친구들처럼 스무 살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일찍 결혼하고 아이 셋 키우다 보니 스물여덟이
되어있었다.
고만고만한 아기 셋을 키울 때는
사실 예쁜 것보다도 힘든 마음이 커서
내 시간만 더디게 흐르는 듯이 느껴졌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시간이 참쏜살같이 도 흘렀다.
올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가 여섯 살, 막내가 네 살이니까
아이들이 자란 만큼 나에게도 그만큼의
나이테가 생겼다.
스물여덟이나 되어놓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스물 갓 지난 어린 동생들만 있는 캠퍼스에 가려니
사실 겁이 났다.
괜한 일을 벌인 것 같고 두렵기도 했다.
걱정과 달리 고맙게도 학교에서 만난 동생들은
나와 꽤 많은 학번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친근하게 다가와줬고, 요즘의 대학생활을 잘 모르는 나를 오히려 더 많이 챙겨주기도 했다.
매 수업마다 열정적으로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에너지를 받기도 하고, 많은 배움도 얻었다.
교양필수 과목인 <사고와 표현>에서 뵙게 된 교수님은 매 과제마다 직접 피드백을 적어주셨는데
때로는 칭찬의 코멘트, 때로는 고쳐야 할 점도 적혀있었지만 나는 그게 참 좋았다.
여태껏 집에서 아이들만 키우던 내가
누군가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보니
더 새롭고 귀한 경험이었다.
심리학 수업에서는 조별활동 하는 시간이
매번 있었는데 그런 활동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면서도 다양한 생각을 나눠 볼 수 있어서 뒤로 갈수록 재밌게 참여할 수 있었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에 남들 앞에 나서서 발표하는 걸 죽어라 싫어했던 내가 용기를 쥐어짜서
강의시간에 자진해서 발표도 종종 해보고 그 시간을통해 나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종강을 앞두고 한 수업에서 조별로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해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시간이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피하려고 애썼을 발표자 역할을 이번에는 자진해서 맡았고 떨지 않고 꽤나 성공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가장 자신 없다고 생각했던 일을 멋지게 해낸 순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며
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보려고 노력했던 한 학기였다.
그리고 내가 그간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장벽들이 많이 무너졌던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과거의 나는 ‘내가 그걸 어떻게 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 앞으로의 나는 ‘일단 한번 해보면 되지.’를 더 외치며 행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가 되었지만 뒤늦게라도 다시 대학교에 다니기로 결정한 일은 내 인생에서 참 잘한 일들 중 하나로 손꼽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