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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처럼 얽힌 통로들 '지하철 서울역'

환승 가능노선 - 1호선, 4호선, 경의선, 공항철도

by 철도 방랑객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도권 전철 노선 중 유일하게 역명에 ‘역’이 붙은 역. 서울의 얼굴이자 우리나라 지하철의 시작점인 '서울역'의 이야기다.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한 이후 서울에만 10개 넘는 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노선이 얽혀 있다는 것은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환승역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서울역도 그렇게 하나 둘 노선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지금은 무려 4개 노선이 이곳을 지나는 거대한 역으로 변했다.

▲ 공항철도 환승통로에 있는 환승통로 도식도. 환승통로가 길어진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1호선을 필두로 4호선, 공항철도 그리고 경의선까지. 많은 노선이 지나는 만큼 지하철 서울역은 다양한 모습으로 승객을 맞이하고 있다.


그 가운데 4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은 모두 좌측통행인지라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이는 수도권 전철을 운영하는 코레일이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인 서울 1호선도 코레일과 직결운행을 위해 좌측통행으로 운행한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열차 통행방법이 환승통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좌·우측통행이 혼재돼 있는 지하철이지만 승객들은 이미 적응을 한 상태이고, 무엇보다 이제 와서 지하철을 우측통행으로 모두 통일시키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 실타래처럼 얽힌 '미로' 환승통로...최대 10분 걸려

▲ 공항철도 환승통로에 설치된 무빙워크.

서울역은 미로처럼 얽혀있는 환승통로가 특징이다. 그 통로가 워낙 길어서 악명이 높기로 유명하다. 기자도 왜 그런지 원인을 찾아보다가 우연의 일치인지 환승통로들이 모두 남북 방향으로 평행하게 놓여있음을 발견하게 됐다.


즉 동서 방향으로 통과하는 역이 없어서 승강장 간 직접적인 연결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환승통로가 길어진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걸리기에 악명이 높은지 기자가 직접 재어 보기로 했다.


기자는 평균 5km/h 정도의 걸음으로 걸었고, 시간 측정을 위해서 에스컬레이터는 걷거나 뛰지 않았다. 먼저 가장 긴 거리를 자랑하는 공항철도에서 1호선까지는 약 8분 여, 공항철도에서 4호선까지는 약 5분 여 시간이 걸렸다. 가장 짧은 축에 속하는 1호선에서 4호선까지는 2분가량 걸렸다.


1호선과 4호선 간 환승통로와 달리 공항철도 환승통로에는 중간에 개찰구가 하나 더 있다. 환승게이트라 불리는 이곳은 추가요금이 별도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노선이 늘어남에 따라 이런 형태의 환승게이트 역시 많이 생겼고, '환승게이트' 역시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처음 이곳을 만나는 승객을 위해서 추가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환승게이트 부근에 다양한 형태로 붙어있다.

경의선의 경우 승강장 간 환승은 불가능해서 지하철역 개찰구를 빠져나와서 별도의 경의선 개찰구까지 이동해야만 한다. 이동시간은 지하 1층 서울역 개찰구에서는 4분 여, 공항철도 개찰구인 지하 2층에서는 7~8분 여 시간이 걸렸다.

▲ 공항철도 환승통로 길목에 있는 환승게이트.


공항철도에서 경의선은 기차 서울역 통로를 경유해서 이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서울역 지리에 익숙하지 않다면 1호선 개찰구까지 이동한 후 경의선 승강장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헷갈리지 않는다. 경의선 환승 안내판도 1호선 개찰구를 경유하는 쪽이 더 눈에 잘 보이게 해놓았다.


이처럼 환승통로가 상당히 길어진 영향으로 1, 4호선 역 안내도는 한꺼번에 표기가 돼있다. 하지만 공항철도나 경의선의 역 안내도는 각각 노선만 나와 있다. 그만큼 지도 하나에도 표기하기가 쉽지는 않을 정도로 환승통로가 길면서도 복잡한 편이다.


측정한 시간은 승강장 간 최단거리를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먼 쪽의 승강장에서 이동하기 시작했다면 환승하는데 만 최대 10분 이상 소요될 정도로 환승거리가 만만하지는 않다. 이는 같은 서울역이라는 이름이라도 다른 역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같은 '서울역' 이름 가진 4개의 노선들...1·4호선 승강장서 벌어지는 '병목현상'

▲ 1호선 승강장의 기존 환승통로. 상행에 한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비록 환승거리는 길어진 서울역이지만 환승 유도에 있어서는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최단거리 환승을 위해서 노선별로 최단거리 출입문 표기를 해놓았다. 이는 전국 지하철 환승역에서 모두 볼 수 있는 내용인데,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화살표 표시나 에스컬레이터 운행방향 조정 등 우측통행 유도를 통해 승객 간 동선 겹침 현상을 방지했다. 예전에는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이 혼재돼 이동하는 승객도 갈피를 못 잡았는데 우측통행으로 통일한 이후에는 승객들도 의식적으로 우측통행을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승거리가 긴 서울역은 가뜩이나 1분 1초가 급한 승객들에게 있어서는 발에 땀이 나도록 서두를 수밖에 없게 재촉한다.


▲ 1호선 승강장의 신규 환승통로. 기존 통로의 병목현상을 완화해주고 있다.


1호선 서울역의 경우 상하행 열차가 모두 같은 승강장을 사용하는 섬식 승강장으로 되어있다. 초창기 지하철역은 그 당시의 승객 수요에 맞춰서 승강장 폭이 좁은 편이라 두 열차가 동시에 도착하면 승강장에서부터 정체가 발생한다.


이런 병목현상으로 최단 환승이 이루어지는 시청역 방향 맨 뒤쪽 출입문에는 승객이 몰리게 만든다. 이는 열차 승하차 시간의 지연을 초래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열차의 연착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런 현상을 완화하고자 환승통로가 하나 더 만들어졌지만 그것으로도 역부족인지 여전히 명절의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듯 언제 풀릴지 모를 정체로 승객들의 발을 동동거리게 만든다.


같은 섬식 승강장이지만 1호선 승강장보다 2배가량 폭이 넓은 4호선은 그나마 병목현상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1호선과 마찬가지로 회현역 방향 맨 앞쪽 출입문 쪽으로 1호선 환승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역시 출퇴근 시간대에는 승강장에서 통로로 진입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다행히 공항철도와의 환승은 승강장 중간에 있어서 1호선과 달리 환승 승객의 분산된다.


▲ 다른 노선의 환승통로에 비해 넓은 4호선 승강장의 환승통로.


1·4호선 서울역은 섬식승강장 구조에 환승통로가 한두곳으로 집중돼 '병목현상'이 일어나지만 공항철도와 경의선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환승거리는 '너무' 길다. 공항철도의 경우 승강장 자체가 지하 7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뜩이나 환승거리가 긴데다가 높이 차이에 따른 이동 시간도 꽤 많이 잡아먹어서 환승시간이 상당히 길어졌다.


다른 역과 공항철도 서울역 간에는 높이 차도 있지만 평면 상으로 볼 때도 거리가 꽤 많이 떨어져 있어서 공항에서나 볼 법한 수평 무빙워크도 두 대나 거쳐야할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공항철도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방법은 장대 에스컬레이터를 여러 번 갈아타는 방법도 있지만, 공항철도 대합실과 승강장을 연결해주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 공항철도 서울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교통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승객이 이용할 수 있다.


다른 노선과 달리 공항철도의 엘리베이터는 노약자에 한정해서 탑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승객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엘리베이터의 이동 시간은 약 1분 내외로, 타이밍만 잘 잡으면 생각보다 환승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여행객이 급감했지만, 여행객이 많을 때는 캐리어로 인해 한 번에 적은 인원이 탑승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탑승하는 것을 추천한다.


◆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경의선 서울역' 출·퇴근 수요 많아

▲ 경의선 서울역 환승게이트와 승강장 모습.

경의선은 열차가 거의 1시간에 1대 꼴로 운행하고 있어서 그 어떤 노선보다 열차 시간 확인이 중요하다. 물론 이 노선이 아니라도 용산역에서 같은 노선격인 경의중앙선을 이용하거나, 공항철도를 통해 경의선 구간을 대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역행 경의선 전철을 운행해야하는가에 대해서 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경의선 서울역 승강장은 예전 서울역 역사이자 미술관으로 사용 중인 문화역 서울 284와 연결돼 있다. 그래서 경의선 서울역에 대한 존재를 모르는 승객도 많을 것이다. 특히 노선도에도 환승역이 아닌 별도의 역처럼 표기가 될 정도로 경의선 서울역은 독자적인 역의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경의선 서울역도 환승역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환승할인 적용 때문이다. 원래는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해서 다시 지하철 개찰구로 진입하면 환승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하철 서울역 개찰구를 통과해서 다시 경의선 서울역 개찰구를 통과하면 환승할인이 적용된다. 비슷한 사례로 1호선과 9호선이 환승 가능한 노량진역도 지금의 환승통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지하철 개찰구 간 환승할인이 적용됐다.


그래서인지 경의선 서울역은 아는 사람들만이 이용하는 독특한 형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출퇴근 시간만큼은 4량 편성 열차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승객들이 이용한다. 한마디로 이용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 교통약자에겐 '너무나도' 불편한 환승통로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서울역이지만, 교통약자에게는 이용하기가 너무도 힘든 역 중 하나일 것이다. 역 구조 상 서울역 환승통로는 유독 계단이 많은데, 그곳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있어서 큰 장벽과 같다.


모든 계단에 휠체어 승객도 이용이 가능한 엘리베이터나 보조 장치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환승통로가 있어도 그림의 떡인 샘이다. 대표적인 구간이 1호선과 공항철도 간 환승통로와 1호선-4호선 간 환승통로다. 1·4호선 환승통로는 버스환승센터에서 서울역으로 가기 위한 지하통로와 같이 사용하고 있어서 안 그래도 폭이 좁은 환승통로를 더 확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도 버스환승센터 쪽 지하통로(아직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기 전 통로)에는 휠체어용 경사로가 있어서 노약자도 이동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지만, 지하철 환승통로(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한 후 나오는 통로)는 공간이 협소해서 그마저도 설치하기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물론 엘리베이터 설치는 더더욱 어려운 형태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1호선과 공항철도 간 환승통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형태인지라 1, 4호선 환승통로보다 장애물이 더 많다. 오히려 폭은 1, 4호선 환승통로보다 넓고 길이도 더 긴데, 그 공간을 활용해서 계단이 아닌 경사로로 만들었다면 더 편리한 환승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1호선과 공항철도를 잇는 환승통로에는 다른 역에서 보기 힘든 캐리어용 무빙워크도 있다. 지금은 실효성이 떨어지지만 일상생활로 돌아오게 되면 이용하는 승객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은 이용하는 승객도 없는데 마치 차량의 공회전처럼 무의미하게 돌아가고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항 이용객이 급격히 떨어진 지금 이 시설보다는 경사로가 더욱 생각나는 풍경이다.


▲ 1호선과 공항철도 간 환승통로에 설치된 수화물 전용 경사로.


◆ 캐리어 이동 편의 위한 경사로 '실효성은 의문'

1호선과 4호선의 환승통로에도 캐리어의 이동 편의를 위해 경사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한쪽 방향에만 있어서 실제로 이용하는 승객의 빈도는 낮았다. 오히려 이 경사로를 설치하기 위해 폭이 좁아진 계단에서는 의도하지 않게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우측통행을 위해서 별도로 설치해놓은 시설물을 넘어 역주행하는 승객이 늘어나게 되었고 우측통행 표기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승객 간 동선이 겹치기 시작했다. 이는 한쪽 방향(올라가는 쪽)만 폭이 좁아서 성격이 급한 승객들이 상대적으로 넓은 반대편(내려가는 쪽) 계단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 1호선과 4호선 간 환승통로에 설치된 수화물 전용 경사로.


승객 편의를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역. 노선이 동시에 생긴 것이 아니라서 환승통로 계획도 상당히 복잡하고 힘든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앞으로 서울역에는 GTX 노선도 통과할 예정이라 한다.


새로운 노선이 추가가 되면 얼마나 더 복잡한 환승통로가 우리를 맞이할지 모를 일이다. 수많은 환승통로의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승객의 편의를 고려해 최적의 환승통로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2월 17일, 24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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