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가장 번화한 도로였던 종로. 최초의 전차노선은 물론 최초의 지하철까지 종로를 중심으로 운행할 정도로 예나 지금이나 번화한 도로다. 종로에 버스중앙차로까지 개통하면서 이제 지상과 지하, 어디로 이동해도 대중교통이 훨씬 편리한 길이 됐다.
종로를 지나는 역 가운데 가장 많은 노선이 만나는 역이 종로3가역이다. 1호선을 시작으로 짝수 노선은 거르고 그 다음 홀수 노선인 3호선과 5호선 등 3개 노선이 이곳을 지난다. 이 3개 노선은 알파벳으로는 ‘H’ 모양을, 한자로는 ‘工’ 모양을 그리면서 만나고 있다.
▲ 3개 노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종로3가역 안내도.
종로3가역의 구조를 보면 중간에 건설된 3호선이 가장 먼저 생긴 1호선과 가장 늦게 생긴 5호선을 마치 가교로 연결하듯 자리 잡고 있다. 즉, 한쪽 승강장 끝은 1호선과, 반대편 승강장 끝은 5호선과 접하고 있다. 환승역이 아닌 독립된 역이라도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1호선과 5호선이지만 3호선을 통해서 동일한 이름을 가진 역으로 탄생하게 됐다.
3호선은 강을 건너 남쪽에서도 이렇게 접점을 찾지 못한 두 노선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바로 7호선과 9호선을 묶어주는 고속터미널역에서다. 특이하게 홀수로 이어지는 연속된 노선을 묶어준다는 점에서 종로3가역과 고속터미널역은 미묘한 공통점이 있다.
▲ 1호선과 5호선의 가교역할을 하는 3호선 종로3가역, 승강장 방향에 따라 환승 소요시간의 차이가 많다.
◆ 종로 최대 환승역 종로3가역... 3호선이 1, 5호선 이어주는 구조
종로3가역처럼 3개 이상의 노선이 만나는 역이 많지 않을 뿐더러 1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유일한 역이자, 3호선과 5호선 하남방면 열차가 만나는 유일한 역이다. '핵심 환승역' 중 하나인 셈이다. 수도권 지하철이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다양한 지역을 효율적으로 이어주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종로3가역은 앞서 언급한대로 1호선과 5호선 간은 서로 한 블록 떨어진 거리를 평행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환승거리가 상당하다. 기자의 걸음으로 1호선과 5호선 승강장 간 최단거리를 재어보니 6분이 넘게 걸렸다. 200m 가까이 되는 3호선 승강장 윗층을 오롯이 통과한 까닭이다.
이처럼 긴 거리를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종로3가역 3호선 대합실에는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평면 무빙워크가 놓여있다. 그러나 운행하는 시간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가뜩이나 복잡한 종로3가역 환승통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됐다.
무빙위크는 1-5호선 간 환승하는 사람들만 이용하도록 설계돼 있어 3호선에서 다른 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서는 이 무빙워크를 사용할 수 없다. 무빙워크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3호선에서 다른 노선으로의 환승은 최단시간 기준 2-3분 정도에 불과하다. 소위 개념 환승이라는 표현을 해도 될 정도로 적당한 거리다.
▲ 1-5호선 간 환승 거리가 길어서 설치된 평면 장대 에스컬레이터, 일부 시간에만 운영하며 3호선 승객은 이용할 수 없다.
◆ 승객 간 동선 겹침 방지코자 노력한 안내판... 교통약자에게 '5호선 환승' 녹록치 않아 종로3가역은 이런 복잡한 환승통로에서 승객들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곳곳에 안내판을 설치해놓았다. 노선 색을 바탕으로 한 큰 글씨 안내판은 그 누가 봐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무빙워크가 설치된 대합실에는 해당 노선의 승강장까지 거리도 나와 있어서 기자가 무빙위크를 이용, 이동 할 때 크게 지겹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종로3가역은 3개 노선이 지나가는 복잡한 역이지만, 교통약자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 편이다. 옥에 티가 있다면 지하 5층에서 지하 4층으로 이동하는, 즉 5호선 승강장에 직접 연결된 계단인데 딱 이 구간만 역무원의 도움이 있어야 이동할 수 있다. 지하 4층부터 지상까지 모두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이 아쉽다.
5호선 종로3가역 승강장의 경우 양 끝에서만 대합실로 나갈 수 있도록 통로가 만들어져 있다. 을지로4가역 방면으로는 1, 3호선과의 환승이 가능한 통로인데, 앞서 언급한대로 지하 4층부터는 누구나 이용이 편하도록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설치가 되어있다.
반대 편인 광화문역 방면은 4, 5번 출구와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는 승강장부터 에스컬레이터는 설치되어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찾아볼 수가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에 있어서 4, 5번 출구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 반드시 역무원의 도움이 있어야 올라갈 수 있는 5호선 종로3가역 계단 구간. 지하 4층부터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한편, 5호선에서 3호선 환승은 지하 5층에서 3호선 승강장인 지하 4층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하 3층에 위치한 대합실을 거치는 구조인지라, 환승거리에 비해 소요시간이 길어졌다. 더욱이 3호선은 폭이 좁은 섬식 승강장이어서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심각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기 전에는 수많은 승객에 밀려서 선로에 승객이 추락하는 황당한 사고도 발생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3호선 종로3가역의 승강장은 이용객수에 비하면 좁다.
그렇다고 무작정 승강장 폭을 확장할 수는 없는 일. 3호선 종로3가역 승강장에서 벌어지는 출퇴근시간 병목현상은 쉽사리 완화될 것 같지는 않다. 현재로서는 출·퇴근시간만이라도 열차 운행 빈도를 지금보다 더 늘린다면 승강장 이용객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3월 10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