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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역의 시작을 알린 '신설동역'

환승 가능노선 - 1호선, 2호선(지선), 우이신설선

by 철도 방랑객

신설동역은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1호선뿐만 아니라 2호선의 본선 역할도 하던 역이었다. 그러나 2호선이 지금의 모습인 순환선의 형태로 바뀌면서 순환선에서 벗어난 신설동역은 이제 지선 노선의 작은 역으로 변했다.


지금은 이처럼 이용객이 아니면 환승역인지조차 모르고 지나쳤던 신설동역은 원래 우리나라 지하철역 가운데 처음으로 2개 노선이 표기된 역이다. 지금은 시청역과 신도림역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바람에 신설동역의 위상은 더 낮아졌고, 최초의 환승역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잊히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2021032957353497.jpg ▲ 신설동역 역 위치도. 1호선을 두고 2호선과 우이신설선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구조다.


◆ 최초의 환승역인 신설동역... 3개 노선 지나지만 2개 노선만 다니는 것 같아

신설동역은 역 이름에 행정 지명인 ‘동’이 붙은 몇 안 되는 특이한 역인데, 신설역이라고 하면 새로 생긴 역이라고 착각하기 쉬워서 ‘동’을 붙였다고 한다. 심지어 신설동역의 한자 지명도 ‘신설(新設)’로 새로 생겼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신설동역은 우리나라의 최초의 환승역으로 신설된 역이기에 그 어떤 지명보다도 더 그 지역을 잘 표현한 역일지도 모른다. 이제 신설동역은 2개 노선에서 벗어나 서울에서 처음으로 신설된 경전철까지 들어오면서 3개 노선이 만나는 큰 역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같은 3개 노선인 종로3가역에 비해서 신설동역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가 않다. 1호선을 제외하면 나머지 2개 노선은 신설동역이 시종착역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공교롭게도 이 2개 노선은 열차 편성이 짧기 때문이다. (2호선은 4량 편성, 경전철은 2량 편성)


2021032958378376.jpg ▲ 우이신설선 신설동역 열차 내에서 담은 사진. 보이는 것처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한편 2호선과 경전철은 1호선을 두고 이어지지 못한 분단된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1호선 외의 열차는 신설동역에 도착한 후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두 노선은 열차규격도 다르고 전력공급방식도 달라서 직결 운행할 가능성은 앞으로도 없다.


하지만 노선도를 보면 이 두 노선은 하나의 노선처럼 이어진 것만 같다. 노선 색으로 구분을 해놓지 않았다면 우이신설 경전철이 성수역까지 이어졌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신설동역은 종착역이라는 느낌보다는 중간에 거쳐 가는 역처럼 보인다.


◆ 계단으로 복잡하게 얽힌 환승통로... 교통약자에게는 '휴전선에 맞먹을 정도' 접근 힘들어

신설동역은 가장 오래된 역과 비교적 최근에 개통한 역이 어우러진 재미있는 역이다. 1호선을 중심으로 우이신설선 쪽과 2호선 쪽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1호선을 휴전선에 비교한 것은 이런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도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쪽은 우이신설선처럼 나날이 새롭게 바뀌고 있는 반면, 북쪽은 2호선처럼 휴전선이 생겼을 그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2호선 환승통로에는 그 흔한 에스컬레이터 하나 보기 어렵지만, 우이신설선 환승통로는 환승통로의 시작부터 에스컬레이터가 펼쳐진다.


2호선 성수지선은 노선 중간에 군자차량기지가 있다. 1호선에는 서울교통공사 소속의 차량기지가 없기 때문에 1호선 서울교통공사 소속의 열차도 군자차량기지를 이용한다. 그래서 2호선 신설동역은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1호선 열차를 볼 수 있다.


1호선 열차 가운데 막차 시간대를 비롯해서 일부 시간대에는 동묘앞역 까지만 운행하는 열차가 있다. 이 열차가 바로 서울교통공사 소속의 열차로, 2호선 신설동역을 통해 차량기지로 향하는 열차들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2호선 신설동역은 1호선 신설동역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환승거리가 그만큼 길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환승통로는 평평하게 이어진 것이 아니어서 체감 상 더 길게 느낄 수 있다.


2021032959349714.jpg ▲ 육교를 건너듯 1호선 선로를 건너야 다른 노선(또는 1호선 반대편 승강장)이 보이는 환승통로.


1호선도 승강장의 위치에 따라 환승거리가 달라지는데, 환승통로가 맞은편 승강장을 육교 건너듯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육교 같은 이 통로는 2호선과 우이신설선을 넘나들 때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처럼 1호선 신설동역은 3호선 종로3가역처럼 나머지 두 노선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승강장 위쪽으로 환승통로가 연결되는 점도 종로3가역의 3호선과 유사하다.


신설동역은 승강장 간 높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에스컬레이터나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거의 계단으로만 되어있다. 특히 1호선과 2호선 간 환승통로에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계단 구간이 있어서 휠체어 이용 승객이 이용하는데 큰 제약이 있다.


그런 영향이 있는지 2호선에서 우이신설선으로 왕래하는 승객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환승통로 중간에 위치한 1호선 구간을 통과할 때도 계단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그 통로가 협소한데다가 내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1호선 열차가 진입하면 일시적인 병목현상도 발생한다.


2021032900121410.jpg ▲ 교통약자에게는 상당히 난관이 예상되는 2호선 신설동역 환승통로.


이렇게 긴 환승통로지만 그 공간을 활용해서 서울풍물시장을 소개해놓은 모습은 인상적인 장면이다. 그저 벽으로만 이어져 있었다면 몸이 더 지쳤겠지만, 궁금증을 유발하는 시장 소개를 보며 걷다 보면 어느 새 이용하고자 하는 노선의 승강장 앞에 도착한다.


한 발 더 나아가 1호선과 2호선 간 환승통로에는 남은 거리 표시도 있어서 얼마나 걸어왔는지, 또 얼마나 걸어가야 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단, 우이신설선에 대한 정보까지는 담지 않은 점이 아쉬운 점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3월 31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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