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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번역이 만나 환승역이 된 '약수역'

환승 가능노선 - 3호선, 6호선

by 철도 방랑객

3호선은 유독 6호선과 자주 만난다. 그 가운데 하나인 약수역은 3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세 번째 역으로, 이 두 역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역 번호가 모두 33번으로 동일하다. 특히 3호선은 노선 번호도 3이라서 ‘333번’역을 가진 역이 되겠다.


수도권을 비롯해서 우리나라 지하철에서는 각 역마다 기본적으로 세 자리 숫자를 사용하는 역 번호를 매기고 있다. 여기에도 규칙이 있는데, 100의 자리 숫자는 노선 번호를, 나머지 두 자리는 역마다 고유 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환승역의 경우 노선 마다 역 번호를 부여해서, 2개 역이 지나면 역 번호도 2개가 되며, 3개 이상이면 역 번호도 그에 상응하는 개수를 부여받는다. 주로 북쪽을 기준으로 첫 번호가 시작되며, 남북을 구별하기 어려울 때는 서쪽을 기준으로 첫 번호가 시작된다.


순환선인 2호선은 시청역을 첫 번호로 하여 시계 방향으로 역 번호를 부여하는 점도 눈여겨 볼 법하다. 부분 순환인 6호선도 응암역을 기준으로 단선 구간의 역 번호를 먼저 부여한 후 순차적으로 다음 역에 역 번호가 붙고 있다.


단, 코레일 소속 노선은 노선 번호에 ‘K’를 붙여서 사용 중이며, 인천 지하철은 서울 지하철과의 구별을 위해 역시 노선 번호에 ‘I’를 붙여서 사용 중이다. 물론 모든 역에 역 번호가 붙는 것은 아니며 예외적으로 역 번호를 부여하지 않거나 두 자리 숫자로만 구성한 노선도 있다.


◆ 3으로 하나가 된 약수역

3호선 약수역은 원흥역 개통과 함께 하마터면 ‘334번’이 될 뻔 할 위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원흥역보다 더 앞 번호를 가진 역들이 역 번호를 양보하면서(원래 ‘310번’으로 시작했던 대화역이 원흥역의 영향으로 ‘309번’역이 되었다.) 약수역은 지금도 ‘333번’역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약수역 사진1.jpg ▲ 3이 가득한 약수역 역명판.


그런데 마침 6호선 역시 약수역이 33번역이 되면서 약수역은 3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6호선이라 ‘633번’이 된 약수역은 대신 지하 3층에 자리하게 됨으로써 그 아쉬움을 달래고야 말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수많은 환승역이 있지만, 약수역처럼 역 번호가 완전히 일치하는 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같은 번호의 역 번호를 사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보기 드문 일이다. 그것도 같은 숫자로 이어지는 번호라면 더 그렇다.


◆ 섬식 승강장인 3호선의 영향으로 길어진 환승통로

3호선은 한강을 넘어 북쪽 구간에서는 대부분의 역이 섬식 승강장으로 되어있다. 물론 충무로역처럼 승강장 폭이 상당히 넓은 역도 있지만, 대부분의 역은 승강장 폭이 상당히 좁다. 그래서 연결통로가 있는 곳 주변으로는 꽤나 심각한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약수역 사진2.jpg ▲ 승강장 폭이 협소한 3호선 승강장.


약수역도 승강장 폭이 그렇게 넓지 않은 역으로, 연결통로가 있는 곳 주변으로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과 승강장을 빠져나가려는 승객 간 동선이 겹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영향으로 추가로 환승통로용 연결통로를 만들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3호선 약수역은 연결통로가 승강장 앞뒤로 총 2곳씩 4곳에 걸쳐 연결통로가 마련되어 있어서 어느 곳에서 내려도 환승시간은 비슷하게 걸리는 편이다.


단, 6호선 환승통로가 동대입구역 방면 연결통로에 약간 더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영향으로 이 통로를 이용하는 승객이 좀 더 많다.

약수역 사진3.jpg ▲ 환승승객 간 동선 겹침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안전띠.


6호선으로 넘어가는 통로에는 승객들의 통행을 유도하는 안전띠가 설치되어 있는데, 때로는 이 영향으로 6호선으로 내려가는 승객들 간 병목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격이 급한 승객은 안전띠 밖으로 벗어나 계단을 이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섬식 승강장으로 되어있는 3호선과 달리 6호선 약수역은 상대식 승강장이다. 따라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행선지별로 승강장이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에 가까이 위치한 곳이 청구역 방면(신내 행) 승강장이고 멀리 위치한 곳이 버티고개역 방면(응암 순환) 승강장이다.

약수역 사진4.jpg ▲ 행선지가 달라지는 6호선 승강장.


6호선 승강장은 3호선 승강장과 달리 청구역 방면 승강장 끝단에 환승통로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하차하는 위치에 따라 환승거리가 꽤 많이 차이가 난다. 3호선과 달리 6호선은 딱 한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6호선 약수역은 환승통로 가까이로 승객이 많이 집중됨을 알 수 있다.

약수역 사진5.jpg ▲ 승강장 끝단에 자리한 6호선 환승통로.


◆ 식욕을 자극하는 3호선 대합실과 환승통로

지하철 역사 대합실 내 통로는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런 영향으로 빈 공간에는 편의점을 비롯해서 다양한 상점들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약수역도 마찬가지인데, 이곳에도 만쥬를 판매하고 있는 상점이 있다. 다른 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약수역의 만쥬 향은 코끝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어서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만쥬 집 앞에는 줄이 끊이질 않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이곳은 통로가 넓은 공간이 아닌데다가 환승을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따라서 환승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수 없는 승객들에게까지도 한 번 쯤은 돌아볼 수 있는 자극을 주는 것 같다.

약수역 사진6.jpg ▲ 바쁜 승객의 발을 붙잡는 그윽한 만쥬 향을 느낄 수 있는 약수역.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님에도 충분히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도 분명 지하라는 폐쇄된 공간이 무대라 가능한 것이 아닐까? 약수역뿐만 아니라 주요 환승역에는 이처럼 승객의 코를 자극하는 풍미가 가득한 향이 퍼지는 곳이 꽤 많다.


이것이 바로 1년 내내 변하지 않는 환경을 가진 지하철의 부산물이 아닐까 싶다. 특히 추운 겨울이면 더욱 더 생각나게 한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1월 26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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