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역은 3호선과 8호선이 만나는 유일한 환승역이다. 얼핏 보기에는 3호선이 먼저 개통한 후 8호선이 개통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반대다. 3호선이 수서역까지만 개통한 후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가락시장역이 개통했기 때문이다.
3호선은 처음 양재역까지 개통한 이후 수서역까지 연장될 때 강남구 구간에 한정해서 노선이 연장되었다. 그 후 오금역까지 연장될 때는 송파구 구간에만 역이 추가로 생기게 된 것이다. 일부러 하나의 구에 한정해서 연장한 것처럼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독특한 면이 있다.
◆ 8호선 아래에 위치한 3호선
이처럼 8호선이 탄생하고도 거의 10여 년 지난 이후 운행을 시작한 3호선 가락시장역은 자연스럽게 먼저 운행했던 8호선 아래로 지나게 되었다. 1번 출구 역시 3호선이 아니라 8호선 대합실에 위치하고 있다.
두 노선 모두 교차로에 위치는 하고 있으나, 승강장이 모두 한 쪽 방향으로 치우쳐 있는 관계로 환승통로는 승강장 끝에 자리하고 있다. 3호선의 경우 경찰병원역 쪽으로, 8호선의 경우 문정역 쪽으로 자리 잡고 있다.
▲ 8호선 승강장 끝단에 위치한 환승통로.
그래서 환승시간은 하차 위치에 따라 상당히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나마 8호선이 6량 편성이기 때문에 3호선에 비하면 편차가 짧은 편이다.
그래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환승역인 만큼 환승통로에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도 상당히 잘 되어있는 편이다. 바로 전 역이었던 수서역과도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3호선의 경우 8호선과 달리 연결통로와 환승통로 모두 같은 방향으로 통로가 설치되어 있다. 아무래도 지하 4층의 승강장과 지하 2층의 대합실을 잇다 보니 통로가 길어져서 한 쪽으로만 설치한 것 같다. 너무 길어서 그런지 연결통로는 에스컬레이터만 설치되어 있을 뿐, 계단은 따로 없다.
▲ 3호선 승강장 앞 쪽에 위치한 환승통로.
환승통로는 8호선과 달리 2곳이 있는데, 지하 3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합실로 이어지는 연결통로보다는 짧다. 특이한 것은 8호선과 가까운 쪽의 환승통로는 계단과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반면, 8호선과 먼 쪽의 환승통로는 모두 에스컬레이터로만 되어있다.
두 노선은 승강장과 승강장이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하 2층의 8호선 승강장과 지하 4층의 3호선 승강장 사이에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마치 광장을 연상시키듯 제법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 두 승강장 사이에 넓은 공간이 자리하고 있는 환승통로.
8호선과 바로 이어진 환승통로에는 작지만 정원까지 꾸며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역은 이처럼 지하 공간에도 식물을 조성해 놓아서 맑은 공기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한 쪽 귀퉁이에 설치해놓은 관계로 발걸음이 급한 환승객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지하 공간에 조성해놓은 식물들.
◆ 3호선보다는 9호선 분위기가 더 짙은 3호선 가락시장역
3호선에서 가락시장역을 비롯해서 수서역 이후 연장된 역은 총 3곳이 있다. 이 역들은 3호선이기는 하지만 기존 3호선 역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을 이용해 본 승객이라면 9호선 승강장에 온 느낌을 받기 쉽다.
특히 개통 초창기에는 역 명판을 시작으로 외벽 디자인, 출구 디자인 등 3호선보다 9호선에 더 가까운 모습이 한 둘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역 명판을 가리고 승강장만 사진으로 담으면 이곳이 9호선의 역인지 가락시장역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 개통 초기에 설치되었던 3호선 가락시장역 역명판 (2015년 촬영).
▲ 현재 설치되어 있는 3호선 가락시장역 역명판.
3호선과 9호선은 고속터미널역에서 딱 한 번 마주치지만, 3호선 오금 연장 구간에서 9호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가까이 있는 노선 같다.
완전히 9호선 역처럼 남아있을 것 같은 3호선 오금 연장 구간에서 변화가 생겼다. 바로 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역 명판을 기존 3호선 역 명판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 명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9호선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또한 가락시장역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3월 9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