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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착 역으로 시작해서 중간 역으로 바뀐 '수서역'

환승 가능노선 - 3호선, 수인분당선

by 철도 방랑객

수서역은 3호선에서는 꽤 오랜 시간 종착역으로 남아있던 역이었다. 지금도 수서 차량기지의 영향으로 일부 열차는 연장된 오금역까지 운행하지 않고, 중간에 수서역에서 운행을 마치는 열차가 남아있다.


그리고 차량기지에서 수서역으로 진입하는 승강장이 하나 더 있어서 3호선 승강장은 상대식 승강장과 섬식 승강장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특이한 구조다. 지금도 오금역이 아닌 수서역에서 처음 운행을 시작하는 열차는 측면 승강장을 사용하고 있다.


수서역 사진1.jpg ▲ 양쪽 방향 모두 열차가 정차하는 3호선 일원역 방면 승강장.


반면 가락시장역 방면 승강장은 여전히 하나의 승강장에서 승하차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승강장 구조가 서로 달라서 가락시장역 방면 환승통로 및 대합실 연결통로가 일원역 방면 통로에 비해 넓다.


수서역 사진2.jpg ▲ 일반적인 상대식 승강장 모습의 3호선 가락시장역 방면 승강장.


지금은 이름이 수인분당선으로 바뀐 분당선 수서역 역시 3호선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지만 개통 당시에는 종착역이자 서울 구간 유일의 운행 역으로 시작했던 역이다. 왜냐하면 서울의 경계에 있던 복정역의 경우 8호선이 개통할 때까지 무정차 통과역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과 고촌역의 역 간격처럼 수서역과 다음 역이었던 경원대역(현재 가천대역)까지 약 7분에 가까운 시간동안 무정차로 운행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 인접 역이 모두 멀리 떨어진 외딴 역

수서역의 인접 역 4개 역 모두 서울 시내 구간이지만 이례적으로 역 간격이 상당히 길다. 수인분당선의 경우 대모산입구역은 물론 복정역도 모두 4분의 소요시간을 표기해놓을 정도로 길다.


3호선도 이례적으로 수서역 인접역인 일원역까지는 3분의 소요시간이 필요하고, 2분이라고 표시한 가락시장역도 실질적으로 2분보다는 더 긴 소요시간이 걸릴 만큼 거리가 짧지는 않다.


수인분당선의 경우 수서역에서 대모산입구역으로 가는 도중 3호선(대청역 인근)을 한 번 더 지나치지만, 그곳은 따로 환승역을 만들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영향으로 역 간격이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대편인 복정역의 경우 지나는 곳이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지역이어서 수서역과 복정역 사이에 역을 따로 만들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중간에 역을 하나 더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다. 이를 두고 상전벽해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두 노선의 인접 역은 꽤 오랜 시간 차이를 두고 개통한 관계로 승강장 디자인 역시 차이가 나는 편이다. 수인분당선의 수서역과 대모산입구역은 벽면과 기둥에서 차이가 난다. 수서역은 작은 타일을 이어붙인 형태지만 대모산입구역은 제법 큰 타일을 이어놓았다.


역 명판의 배치 역시 서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대모산입구역은 한글 뒤편에 영어와 한자를 병기했지만, 수서역은 한글 아래에 영어와 한자가 표기되어 있다. 이런 차이점은 개통 시기에 따라 같은 노선임에도 이질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인분당선에 비해 더 많은 시간 차이를 두고 개통한 3호선의 경우 다음 이어지는 가락시장역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 환승통로 중간에 자리한 계단으로 교통약자에겐 환승 불편

이렇게 공통점이 있는 두 역은 인근의 환승역에 비해 환승하기가 썩 좋은 역은 아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전에 만들어진 역이라서 교통약자에 대한 고려가 조금 낮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3호선과 직접 이어져있는 환승통로에는 에스컬레이터는 물론 엘리베이터도 없기 때문에 3호선 대합실과 수인분당선 대합실을 거쳐야만 환승이 가능하다. 교통약자라면 차라리 도곡역까지 간 후 환승을 하는 편이 시간 절약을 할 가능성도 높다.


수서역 사진3.jpg ▲ 교통약자에게는 큰 장벽이 될 환승통로 중간의 계단.


이런 계단들로 인해 수서역은 상대적으로 환승거리가 짧은 역이지만 멀게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승강장과 승강장 사이에 자리한 지하 3층 공간은 계단이 아니라 경사로를 설치해도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설치해 놓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도곡역과 마찬가지로 수인분당선의 수서역 역시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빈 공간이 남아있다. 그 뒤편에는 보수공사를 하는 것인지 안전제일이라는 표시와 함께 가림막으로 가려진 것도 볼 수 있다.


승강장도 사람이 계속 이용해야 보수를 하더라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처럼 이용하지 않는 공간이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다면 이는 유지 보수비용만 축내는 일이 아닐까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모자라게 만드는 것도 분명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너무 과하게 만드는 것도 분명 큰 문제가 된다. 유독 코레일 운영 노선에서 이렇게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잘 보이는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인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수서역 사진4.jpg ▲ 사용하지 않는 승강장을 볼 수 있는 수인분당선 승강장.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3월 2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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