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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선 승강장 자체가 환승통로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환승 가능노선 - 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by 철도 방랑객

디지털미디어시티역. 한자어나 순수 한글로 조합한 역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철도에 있어서 가히 획기적인 역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역이다. 지금도 수도권에서는 인천 1호선 송도 구간을 제외하면 거의 볼 수 없는 조합이라 더욱 눈에 띄는 역이기도 하다.


지금은 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방송사들이 자리했지만, 처음 6호선이 개통할 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의 지역이었다.


물론 처음 6호선이 개통할 때는 수색역으로 개통했던 터라 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이미지를 전혀 상상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한때 종착역이었던 시절의 경의선 열차의 안내판에는 디엠시역으로 줄여서 표기되기도 할 정도로 역 이름이 길다. 지금도 발음하기 어려운 전체 역명보다 디엠시역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수도권에서 가장 긴 역 이름은 아니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긴 역 이름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다.


우리나라를 통틀어보면 부산 2호선의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이 가장 긴 역인데, 앞으로 이렇게 두 자리 수의 역 이름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6호선이 사용했던 수색역은 지금 경의중앙선이 가져갔고, 그 자리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 되었다.


◆ 공항철도 승강장의 영향으로 어마어마하게 길어진 환승통로

공항철도는 서울에 자리한 거의 모든 환승역에서 엄청난 환승 거리를 자랑하는 노선이다. 노선 자체로는 급행열차를 연상할 정도로 상당히 빠르지만, 환승 문제로 인해 노선 자체가 주는 효과를 상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도 승객의 편의에서 살짝 벗어난 승강장 위치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환승통로가 조성되었다.


물론 무빙워크가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은 노선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무빙워크보단 짧은 환승통로가 훨씬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 공항철도 환승통로에 설치된 무빙워크.
▲ 다른 역 출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공항철도 출구.


그나마 6호선은 공항철도 승강장과 가까운 편이라 걷는 거리가 5분 내외지만, 거의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경의중앙선은 차라리 다음 역인 홍대입구역에서 환승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지상에 위치한 경의중앙선은 6호선까지 짧은 환승거리를 자랑한다. 하지만 공항철도까지는 6호선 승강장의 전 구간을 거치는 것도 모자라 앞서 언급한대로 무빙워크가 있는 환승통로까지 거쳐야 한다.


▲ 지상에 위치한 경의중앙선 승강장.


따라서 경의중앙선에서 공항철도를 잇는 환승통로를 걷는다면 거의 1km 가까운 거리를 걸을 가능성까지 있다. 운 없게 경의중앙선의 하차 위치가 수색역 쪽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의중앙선의 환승통로가 가좌역 방면 승강장 끝단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데, 승강장 높이까지 고려한다면 최대 10분은 족히 걸릴 거리기 때문이다.


경의중앙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는 수색 차량기지가 펼쳐져있다. 이 수색 차량기지를 가로질러 뒤편에 보이는 도로 아래로 공항철도가 지나고 있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공항철도를 타러가기 위해서는 수색 차량기지를 그대로 가로지르는 샘이다.


▲ 수색 차량기지가 보이는 경의중앙선 승강장.


◆ 승강장이 곧 환승통로인 6호선

6호선이 가장 먼저 생긴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은 경의중앙선과 공항철도가 순차적으로 탄생하면서 3개 노선이 지나는 큰 역이 되었다.


이 역은 종로3가역과 마찬가지로 ‘H’자 모양으로 승강장이 펼쳐져 있다. 공항철도와 경의중앙선이 나란히 동서 방향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6호선이 남북 방향으로 두 노선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역과 달리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은 6호선 승강장이 환승통로 역할까지 하고 있다. 쌍섬식 승강장의 다른 두 노선과 달리 6호선은 상대식 승강장으로 사용 중인데, 월드컵경기장역 방면 승강장이 바로 환승통로 역할을 하는 승강장이 되었다.


승강장이 곧 환승통로가 되어서 그런지 6호선에서 다른 노선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로 올라가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월드컵경기장역 방면 승강장 끝단에는 공항철도 환승통로가, 증산역 방면 승강장 가까이에는 경의중앙선 환승통로가 자리하고 있다.


▲ 월드컵경기장역 방면 승강장 끝단에 위치한 공항철도 환승통로.
▲ 증산역 방면 승강장 끝단 부근에 위치한 경의중앙선 환승통로.


증산역 방면 승강장 끝단은 외부 출구와 연결되어 있어서 경의중앙선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물론 환승통로에 대한 안내가 잘 나와 있기 때문에 안내만 잘 보면 헷갈리지는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승강장에서 올라가야 등장하는 환승통로는 노선에 따라 다음 에스컬레이터의 방향도 달라진다. 6호선보다 더 깊은 곳에 위치한 공항철도는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온다. 반면 지상에 위치한 경의중앙선은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승객을 맞이한다.


▲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볼 수 있는 공항철도 환승통로.
▲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볼 수 있는 경의중앙선 환승통로.


연속해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등장하는 경의중앙선 쪽 환승통로는 짧은 편이지만, 공항철도 방면 환승통로는 앞서 언급한대로 상당히 길다. 이렇게 같은 역이지만 대비되는 환승통로를 갖추었기에 공항철도 쪽 환승통로가 더 길어 보이는 착시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환승 승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 역이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그렇기에 환승 거리를 고려해서 역을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역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2년 9월 28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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