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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식 승강장의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한 '선정릉역'

환승 가능노선 - 9호선, 수인분당선

by 철도 방랑객

선정릉역은 인접한 곳에 위치한 2호선 선릉역과 7호선 강남구청역에 비해 상당히 늦게 탄생한 역이다. 이 역은 여의도역과 같이 먼저 개통한 수인분당선(개통 당시에는 분당선)이 더 아래쪽에 있고, 나중에 개통한 9호선이 위쪽에 있다.


이는 미리 환승을 염두에 두고 건설을 했기에 가능했던 구조다. 환승 구조 역시 여의도역과 상당히 유사하다.


2호선 선릉역이 워낙 인지도가 높아서 선정릉역 개통 초기에는 이 역을 선릉역으로 착각하여 2호선 역에 내리는 웃지 못 할 일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개통 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두 역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 상대식 승강장 구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환승통로

선정릉역은 앞서 언급한 여의도역처럼 두 노선 모두 상대식 승강장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9호선의 경우 일반열차는 물론 급행열차도 같은 승강장에 정차한다.


급행열차가 정차할 때가 상대적으로 일반열차가 정차할 때에 비해 승하차 승객이 더 많아보였다. 아무래도 주요 역만 거치는 급행열차에 더 많은 승객이 몰리는 것은 9호선이 처음 개통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싶다.


환승통로의 경우 9호선은 삼성중앙역 방면 승강장에 치우쳐 있고, 수인분당선은 선릉역 방면승강장에 치우쳐 있다.


▲ 삼성중앙역 방면 승강장 쪽으로 치우쳐 있는 9호선 환승통로.
▲ 선릉역 방면 승강장 쪽으로 치우쳐 있는 수인분당선 환승통로.


두 노선 모두 8량 편성 열차가 정차할 수 있도록 승강장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따라서 6량 편성 열차가 운행하는 지금은 양 끝으로 승강장이 남는다.


이 영향으로 수인분당선의 경우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곳에 환승통로가 연결된 것도 볼 수 있다.


두 환승통로는 모두 상대식 승강장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 섬식 승강장은 승강장 폭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에 환승통로 폭을 늘리면 그만큼 나머지 승강장 폭이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식 승강장의 경우 벽면을 좀 더 바깥으로 뺀다면 승강장 공간도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9호선이나 수인분당선이나 두 노선 모두 기존 벽면과 같은 폭을 유지한 채 환승통로가 연결되어 있다.


9호선에 비해 수인분당선이 상대적으로 환승통로로 인해 승강장 폭이 급격히 줄어든 공간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하차를 하면 자연스럽게 승하차 승객 간 동선 겹침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 폭이 협소해서 상당히 복잡해지는 수인분당선 승강장.


그나마 수인분당선의 경우 환승통로가 나란히 두 곳 위치하고 있어서 심각한 병목현상으로 부터는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9호선의 경우 급행열차가 진입했을 때나 출퇴근 시간과 같이 승객이 많을 때는 여지없이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만다. 그런 점에서 9호선도 수인분당선과 마찬가지로 환승통로를 나란히 두 곳 설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나마 9호선은 수인분당선과 달리 환승통로에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폭은 좁지만 중간에 계단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많은 승객이 이동이 가능해서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 승객 분산을 유도하는 수인분당선 환승통로.


◆ 기둥을 활용한 거대한 안내판

선정릉역의 환승통로는 승강장과 승강장 사이의 지하 4층 공간으로 합류한다. 이곳에 위치한 기둥은 다른 역보다 더 두꺼운 것처럼 보이는데, 이 공간은 자체적인 안내판으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환승통로에 비해 지하 4층 공간은 꽤 넓은 편이다. 그래서 환승통로의 폭을 더 넓히지 않은 것이 조금 더 눈에 띈다.


▲ 기둥을 활용해서 안내를 해놓은 지하 4층 공간.


지하 4층 공간은 수인분당선의 대합실 역할도 하고 있다. 그래서 9호선 표기는 ‘갈아타는 곳’ 으로 되어있지만 수인분당선 표기는 ‘타는 곳’ 으로 되어있다.


표기 자체도 수인분당선의 주요 역이 9호선의 주요 역에 비해 큰 편이다. 단, 노선을 표기한 앞쪽 둥근 공간은 9호선 쪽이 더 크다. 아마도 배치에서 온 차이가 아닌가 싶다.


9호선 환승통로에는 여전히 분당선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는 선정릉역뿐만 아니라 수인분당선과 환승을 할 수 있는 다른 노선의 역에서도 간간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분당선이 수인분당선으로 바뀐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예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역이 많다는 것을 보면 직결 운행을 한다고 해서 굳이 노선 이름까지 바꿀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노선 명칭을 통일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코레일마저도 역마다 모두 공통된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어느 역은 수인분당선을 사용하다가도 어느 역은 여전히 분당선을 사용하는 곳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 여전히 남아있는 분당선의 흔적.


물론 이런 안내가 있다고 해서 혼선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으로 견주어보면 이름을 개명했는데 여전히 예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1월 11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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