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눈가가 촉촉한 듯, 자꾸 울 것 같은 마음이 됐다. 슬픈 일, 속상한 일, 별로 없는데 왜 그러지? 스스로가 이상했다. 그러다 <김신회>님의 ‘아무튼, 여름’을 읽다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 그것은 좋아하는 계절을 보내야 하는 슬픔이었다.
‘아무튼, 여름’의 <옥천냉면> 편에 보면 평양냉면의 맛을 모르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들이 여름마다 평냉에 열광할 때, 그녀는 묘한 외로움을 느낀다. 평양냉면이 맛없다고 말하기에는 자극적인 맛만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듯했고 친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평냉의 유행을 좇지 못한다는 생각에 외로워진 것이다.
그러다 알게 된 옥천냉면이 그녀에게 ‘여름이 되면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냉면’이 되면서 그녀는 덜 외롭다 말한다.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한 양평행은 그녀에게 일종의 여름축제가 되었다. 확실히 좋아하는 나의 원픽이 생긴다는 것. 그것이 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가. 어렵게 사귄 베스트 프렌드 같은 느낌이 아닐까.
이 가을이 지나고 나면 6개월 가까이 겨울이 계속된다. 끝내주는 우리 집 풍경이 6개월 동안은 볼 게 없다. 나는 그 6개월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가을의 끝자락이 시시때때로 슬퍼서 ‘가지 마, 가지 마’하며 질척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눈물이 뚝뚝 흐를지라도 이해해주길. 좋아하는 베스트 프렌드를 떠나보내는 마음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