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준비하는 자세에 대하여
퇴사하면 한 달 내에 오로라 헌팅 가야지. 이렇게 선언한 지 10년쯤 지났다 이제 그날이 가까워졌다.
10여 년 전 오로라를 보러 가기로 결정했던 것은 일종의 방어선이었다.
명퇴 폭풍이 회사를 휩쓸고 누구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던 시기에 점점 좁혀 오는 명퇴 시그널에 대한 나의 대처 방법은 그 두려움을 선물로 정했었다.. 그동안 쉼 없이 살아온 나에게 여행을 선물을 줄 수 있는 기회로 정했던 거다.
내가 명퇴 대상이 되면?
OK! 잘됐어 이번 기회에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 오로라 헌팅을 가는 거야. 이건 선물이잖아! 오~기다려지는데?
내가 이번에도 명퇴 대상에서 제외라면?
음~ 그래도 좋아. 아직은 회사에게 내가 더 필요하네.
그때의 나는 위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계기가 되었고 또 언젠가 있을 수밖에 없는 퇴사의 순간에 대비한 오로라헌팅 계획은 여전히 유효했다.
10여 년 전 회사에서는 주택 브랜드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신규 수주를 중지했다. 소문으로만 들었지만 언젠가부터 감원이 시작했다. 인사팀으로부터 명퇴 대상의 통보가 시작되는 것은 일종의 선고를 받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나는 아니라 다행이야, 아직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했지만 이후에도 수 차례 명퇴 이벤트가 시행되면서 점점 모수가 줄어들었고 누구든 대상이 될 수 분위기였다. 그 확률이 점점 높아졌고 내가 아니면 누군가는 대상이 돼야 하는 막다른 상황이 되었다. 이때쯤 동료들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했다. 목이 조이는 느낌은 이런 걸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느껴졌고 나는 이 상황을 기회로 반전시킬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이때 마침 오로라에 심취해 있던 때였기에 혹시 내가 대상이 될 경우에 오로라 헌팅 여행이 버킷리스트가 된 계기가 되었다.
수차례 명퇴와 이후 수년간 희망퇴직까지 시행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드디어 이제 27년간 재직했던 회사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나니 나의 울타리, 가족, 연인, 우산이기도 했던 시간이 이제 곧 과거형이 된다.
앞으로는 고향이 되나? 아니면 헤어진 연인이 될까?
점점 다가오는 그날을 준비하며 처음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들과 함께 하며 인생의 한 챕터를 마무리하려 한다.
나에게 27년의 마무리는 happy ending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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