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 ... 응애응애 소리가 가득차기를 소원한다
나는 몸과 정신 상태가 멀쩡하면 거무스레한 하늘에 옅은 하얀색이 그려진 새벽에 일어나 활동하는 버릇이 있다. 상쾌한 공기를 폐 안 깊숙이 흡입하면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갖아서다 또한 자기계발서에 단골로 다루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습관인 새벽기상에 동참한다는 뿌듯함도 느끼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독서나 운동 등을 하면서 더욱 생산적으로 사는 쾌감도 가져서다.
이러한 연유로 지난 11일도 마찬가지로 새벽기상을 하면서 우연찮게 스마트폰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어느 간담회에서 한국사회를 낭떠러지로 몰고가는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진단한 영상을 봤다.
이 자리에서 홍 시장은 젊은 세대 결혼가치관과 임신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고, 이와 더불어 경력단절여성을 보호하지 않은 현실이 이를 가능케 한 점을 콕 짚었다. 이러면서 최근 유정복 인천시장이 과감히 추진한 1억 원 출산 장려정책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동의한다. 젊은 세대들이 지갑이 얕아져 출산을 선뜻 못 한다는 기사는 여러 차례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아래로 기술하는 근거들로 이는 부정이 된다.
첫째 스타강사 전한길 발언이다. 이 강사는 역사를 전공한 까닭일까? 경신대기근 등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과거에는 더욱 살기 힘들었다. 그리고 삼국시대에는 3년마다 전쟁이 일어났다. 늘 혼란과 불안을 떨며 끼니조차도 원활히 해결하지 못 한 때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밥도 잘 먹고, 간식도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주거지도 괜찮지 않냐?"라며 젊은 세대들이 경제사정을 들먹이면서 결혼, 출산 등을 안 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둘째로는 할머니, 어머니 세대이다. 젊은 세대와 똑같은 한국에서 성장한 이들은 일제식민지, 한국전쟁, 보릿고개 등을 온전히 겪었다. 나라경제가 취약했기에 자산을 늘린다는 상상은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할머니 세대는 평균 5명, 어머니 세대들은 평균 2명씩을 출산했다. 이렇게 낳은 자녀들은 이들 밑에서 교육, 출산, 결혼 등을 차질 없이 치렀다.
이를 종합하면 홍시장이 주장하듯 젊은이들이 호주머니 사정으로 출산을 안 하거나 이연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홍시장 의견을 따르기에도 한계가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2008년 미국발 서브모기지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 한국 경제는 늘 풍전등화 상태였다. 이로 말미암아 한국 내에서는 각자도생이 일사천리 퍼졌다. 이를 쉽게 목도가 가능한 장소는 식당이 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할 때 관습적으로는 대표자가 한 턱을 내는 게 당연했다. 이래야 어우렁더우렁 살아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고래조래한 경제위기가 이러한 세태를 바꾸는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마음 씀씀이가 조붓해 보이는 각자내기가 점차적으로 뿌리내렸다. 식사를 마친 후 자신의 신용카드를 손에 쥔 채 계산대 앞에선 모습은 이젠 낯설일이 아니다.
허나 한국경제를 3년 동안 마비시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한층 점입가경으로 빠졌다. 먹거리 가격, 가령 식당 삼겹살 1인분 1만 2천 원에서 1만 6천 원으로 상승,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자 더욱 꼼꼼한 더치페이 기준이 등장했다. 즉 코로나 이전에는 총 식대에서 1/n로 나눈 더치페이가 당연지사였지만 이젠 각 자가 먹은 양대로만 식대를 지불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김민수 뉴스1 기자가 24년 1월 12일 "넌 술 안 마셨으니 만 원 빼줄께 ... 치솟은 물가에 '더치페이'도 진화"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기사는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정신 건강 역시 홍시장의 발언을 곧장 실천하기에는 허약해졌거나 악화됐다. 입시를 비롯한 사회 전반적으로 곰팡이마냥 퍼져있는 극경쟁과 남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현상이 여전해서다. 암연한 점은 앞문장에서 거론한 현상에서 사회가 요구한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낙오자,패배자, 얼뜨기 등 꼬리표가 주홍글씨가 새겨져 자존감을 떨어트린다. 지난 23년 한국사회를 불안으로 몰아간 '묻지마 칼부림 사건'은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드러낸다. 사건의 동기가 키가 작아서 열등감이 팽배했다든지(신림역 칼부림 사건) 특목고 진학 실패(서현역 칼부림 사건)로 단순했다. 이 외에도 직장인이 사업장에 거액을 잇따라 빼돌린 '우리행 형제 650억 원 횡령 사건'과 '건강보험공단 직원의 45억 원 횡령'은 한국인이 현재 생존에 대한 불안으로 벌벌 떨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마음이 이렇게 불편한데 과연 한국인이 홍시장의 발언대로 결혼, 임신, 출산을 자연스럽게 한다는 상상은 언감생심이지 않겠는가?
이에 따라 나는 홍시장 주장과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내놓은 정책이 혼합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대략 노무현 대통령(2003년)부터 야기된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정부에서 재정을 투입했다. 허나 이 재정은 고작 푼 돈으로 기혼남녀가 아기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였기 때문이다. 이결과 나날이 결혼은 제쳐두고 출산과 임신도 꺼려하는 분위기만 강화됐다. 이결과, 급기야 작년 신생아출산율은 0.87명으로 전 세계 통들어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러자 데이비드 콜먼 영국 인구학자는 한국을 소멸국가로 분류하면서 생존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악재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홍시장의 발언과 유정복시장의 정책이 보태진 임신, 출산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헤겔은 정반합이라고 말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