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혼전문변호사
학생이었을 땐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좋았다. 시간이 흘러가면 언젠간 나는 변호사가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군대에 입대를 하고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을까
사시패스가 마치 내 마지막 목표인 듯 달렸다.
전역 후 초조하던 시간이 흐르고 나는 변호사가 되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도 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변호사가 되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었다. 그래 지식, 이론은 가득하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언제였던가, 수영과목이수를 졸업요건으로 하고 있는 어느 대학에서 코로나 확산 상황을 고려해 해당 과목을 시험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글과 함께 해당 대학을 풍자하듯 수모와 수경을 착용한 채 시험을 보는 듯 침대 위에서 물장구를 치며 수영을 하는듯한 영상이 올라오며 건식수영이라고 조롱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변호사도 오랜 시간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해 목표를 달성하지만 그 이후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잠시 망각했다. 이제 앞으로는 책이 아니라 경험이 있어야 배울 수 있는 시기이지만 처음 변호사가 된 나는 이런 깨달음을 느끼지 못한 채 도파민에 취해있었다.
'나는 변호사다.'
그때의 나를 지금 내가 보면 정말 귀엽지. 변호사가 별 건가 우리 모두 갖고 있는, 앞으로 생길 내 일인데 단순히 업무가 변하지 않는 전문직이라는 거지. 그래도 난 좀 빠르게 헤어 나와 현실로 돌아온 편이다.
사람은 경험에 반하여 틀에 갇히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오래도록 같은 일을 했을 때 그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하여 문제를 진단하는 능력과 해결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진화한다. 나는 처음부터 전문직으로 시작하지만 대략 10년 정도의 동일한 경험이 쌓이면 그 사람 역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 시작이 다를 뿐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전문직으로 시작하기 위해 내가 흘린 시간과 노력이 아주 조금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형사전문변호사다. 그리고 이혼전문변호사이기도 하다.
처음 변호사가 되고 일을 해결하려고 하니 연수원 생활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다. 연수원까지는 교수님이 있었으니 나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늘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가르쳐줄, 나에게 경험을 공유해 줄 선생님을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며 이제 나도 어느새 10년을 바라보는 형사전문변호사가 되었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비하면 짧지만 경험을 쌓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 많은 사건을 바라보며 변호사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이 태어나며 위험에서 벗어나거나 혹은 생존을 위해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할 약속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한 약속이 우리의 사회가 거대해질수록 더 많은 약속이 생겨나고 복잡해졌는데 이 약속들을 지금의 우리는 법이라고 부른다. 법으로 규정한 모든 것들을 다루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변호사, 의뢰인의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다.
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사건의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나만을 위한 대응책을 만들어주는 사람, 물론 경험 외 의뢰인과 신뢰관계를 쌓아야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경험만으로 내 위기를 맡길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사건을 많이 처리했다고 실력이 무조건 있는 것은 아니고 실력이 좋다고 내게 적합한 변호사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변호사는 경험과 지식이 정말 중요한데 기계적으로 사건처리만 반복하는 변호사가 있는 반면 인간적인 요소들에 대하여 이해하려 노력하고 의뢰인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의뢰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눈도 필요하다(그렇다고 의뢰인에게 빙의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의뢰인이 나를 믿고 사건을 맡겼기에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여러 소송을 접하면서 갖게 되는 경험적 법률지식, 소송의 기술, 사건의 이해를 갖추고 의뢰인을 포용하는 마음 등 여러 가지를 갖추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형사전문변호사로 형사사건을 맡으며 그 속의 가사사건들을 보게 되었다. 이후 이혼전문변호사가 되고 지금은 형사적인 문제와 이혼, 상간 등 가사적인 문제를 주로 다루다 보니 가정이라는 이 작은 사회 속에서 법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변호사로서 경험하고 겪어온 많은 사건들에 대하여 여러 주제를 두고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 생각, 경험,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들, 전문성 등 을 작성하며 나 자신도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채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물론 내 전문성을 살린 형사사건에 대한 대응법, 가사사건에 대한 대응법 역시 차곡차곡 쌓아갈 예정이다. 그 이외의 법률지식도 공유하며 부족한 내 모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으려고 한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