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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Dec 19. 2021

이 또한 지나가겠지

어제 그제 나

아빠는,

직장 잃은 아들이 월세도 못 낼까 걱정이다. 30년 월급 모아 산 40평 아파트, 아들네를 집에 들어와 살라 할까 했는데, 작은 딸 말 듣고 포기한다. "까칠한 며느리 사춘기 손녀들 어찌 다 감당하시려고"


엄마는,

가난한 노년이 걱정이다. 자식들이 지 가림들 할 때부터 시작한 이런 저런 일들. 오늘도 점심으로 천원 김밥을 욱여넣는데 모처럼 걸려온 전화기 속 딸이 가슴을 후벼판다. "제대로 된 밥 안 먹고 돈 벌어 다 지고 갈 거냐고"


언니는,

사표 내고 사업하겠다는 형부가 걱정이다. 집 밖이 두려운 20년 주부. 가게 자리 본다 나간 남편을 배웅하며 주어 든 신문에 가슴이 철렁한다. "자영업자 둘 중 하나가 망한다고"


오빠는,

차라리 잘라줬음 좋겠다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떤 지 모르겠다. 공부 잘하는 두 딸은 돈 많이 드는 학원에 다녀야 하고. 얼굴 이쁜 마누라는 딸들 성적에 따라 목소리가 커진다. "잘하는 애들 빚내서라도 가르쳐야 우리처럼 안 된다고"


나는

아빠에게, 지 밥그릇은 지가 타고 난다 했지만 오빠네 살림살이가 마음에 쓰인다. 엄마에게, 점심값 줄테니 밥 사 먹으라 했지만 내 점심은 찬밥에 고추장 한 스푼. 언니에게, 안 좋은 일이 꼭 안 좋지만은 않더라 했지만 문 닫은 가게들이 눈에 밟힌다. 오빠에겐 전화조차 해볼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원과 기도뿐.


지네는 다리가 많아 신경통으로 고생한다는데.


이 또한 지나가겠지.


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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