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 선잠을 깨우건 이 한마디였다.
"저는 자연사로 죽기 보다는 짧은 병사로 죽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베개 맡에서 쫑알대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고 컴컴한 화면 조도를 조금 올린 후 잠결에 듣지 못한 지점을 찾아 재생지점을 바꿨다. 모두가 바란다는 자연사를 고사한 그 말의 맥락이 궁금했다.
유투브 방송은 내 수면제가 된 지 오래였다. 뇌 건강 좋을 게 없을 수면제를 계속 복용하느니, 밤새 내 귓가에서 유용한 정보를 종알 대는 유투브 방송이 여러모로 유용했다. 실제로 잠이 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물론 오늘처럼 활딱 깨기도 하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은 펭귄각종과학관의 관장을 역임한 사람이었다. 외모로는 나 보다 10살쯤 많아 보이는데,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 그림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는 자유로운 영혼의 사람....처럼 보였다. 암튼.
당연하지만, 그는 동물의 생태에 박식했다. 그랬기에 박물관장까지 했겠지만. 동물의 멸종에 대한 책을 냈다며 책도 홍보할겸 유투브 채널에 나와 이런저런 말을 하는 중에, 비쩍 마른 사자의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그가 한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
"쟤(사자)는요.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죽습니다. 평상시에는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 놈들이 와요. 한 놈이 목덜미를 꽉 잡고요. 또 한 놈들은 항문, 배 뜯어먹고 창자 뜯어먹고. 또 살아 있을 때 독수리가 와서 눈알 파먹어요. 이게 자연사에요. 여러분 자연사 하고 싶습니까?저는 짧은 병사가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 유투브, 언더스탠딩, 찬란한 멸종, 이정모 관장
대부분의 동물은 자연에서 살 때 보다 동물원에서 더 오래 산다고 한다. 물론 여러가지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의문이 생겼다. 짧은 병사...에서 짧은...은 얼마의 기간을 말하는 걸까?
1달?
3달?
반년?
1년?
그리고는 캄캄한 방 천정을 바라보며 한 동안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빠가 생각났다.
오랜 두통으로 이런 저런 병원을 전전하시다가 큰 병원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말씀을 듣고 내가 예약해드린 큰 병원에서 뇌파검사를 받고 나오시던 중 "나 어떻게 나 어떻게"를 외치며 병원 바닥으로 쓰러지신 아빠. 그 후론 다시는 혼자서는 걷지 못하게 되신 아빠.
침대 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었던 아빠의 10개월 반은... 짧은...일까, 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