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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ug 22. 2023

악연(惡緣)

오늘의 나는

지평선 너머의

아지랑이 같았습니다.


가벼워 훨훨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의 틈바구니로

내 무게를 욱여넣어

0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는 스침의 순간

잊힐 찰나

틈새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가볍게 마주쳐

극과 극으로 날아

뒤돌아 영영

달려가야 함이 맞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끈 사이를 걸었음을

잠시 뒤섞였던 호흡을 알아서

여기까지의 모퉁이를 돕니다.


매이지 않은 손과 손에

안부를 묻기보다

기억의 모래를 덮어

그저 잔잔하게 

바람 부는 지평선의

모래 한알로


그저 이다음의 

징검다리를 건너갈 때

보일 듯 말 듯 드러난

보이지 않는 표면이 됩시다.


낡고 해지고 바스러져

뿌옇게 흐린 활자처럼 그렇게

서로를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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