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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Dec 27. 2023

동토

추위는 느닷없이 찾아온다

겨울 숨 속에 

내 모든 말들도 얼어붙어

흙위로 소복이 쌓였다


가난한 마음이

가난한 마음을 만나

서로에게 생채기를 낸다


실안개 같은 하얀 기도는

입술을 휘돌아

하늘로 향했다


눈과 섞여

얼음으로 바작이는

말과 말

소리와 소리들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당신에게

즐거웠다 고하고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


사위는 쏟아지는 눈 속에

고요조차 깊이 잠겨서

금세 외로워졌다


앞서간 이의 

발자국을 하염없이

따라가다 보면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얼음 깨지는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


그저 따라가며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기를


언 땅 위의 발걸음은

한숨 나올 만큼 느리고

조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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