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月良宵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의 엔진 소리, 미처 인내하지 못하고 눌러 버렸을 누군가의 경적 소리, 길가 카페 문이 여닫히는 소리,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음악 소리, 트램이 덜컹거리는 소리, 교차로마다 쩌렁쩌렁 울려대는 신호등 소리, 또각또각 구두 소리, 누군가의 헛기침 소리, 왠지 모르게 사나운 말투로 전화를 받는 한 사내의 거친 목소리.
수많은 소리가 빠르게 들어왔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헤아릴 수도 없는 잡음이 고막을 쉴 새 없이 두드린다. 불규칙한 소리는 이내 정리된 소음으로 수렴한다. 세상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웠을 소음들이 이내 편안하고도 잔잔한 음파로 바뀌고야 만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그 지리멸렬한 소음을 즐기기 시작한다.
마치 비트라도 넣었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까딱, 발끝을 톡톡.
신호가 바뀐다.
수많은 사람이 뒤엉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