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노을 Oct 02. 2019

Hong Kong Rhapsody

花月良宵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의 엔진 소리, 미처 인내하지 못하고 눌러 버렸을 누군가의 경적 소리, 길가 카페 문이 여닫히는 소리,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음악 소리, 트램이 덜컹거리는 소리, 교차로마다 쩌렁쩌렁 울려대는 신호등 소리, 또각또각 구두 소리, 누군가의 헛기침 소리, 왠지 모르게 사나운 말투로 전화를 받는 한 사내의 거친 목소리.


수많은 소리가 빠르게 들어왔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헤아릴 수도 없는 잡음이 고막을 쉴 새 없이 두드린다. 불규칙한 소리는 이내 정리된 소음으로 수렴한다. 세상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웠을 소음들이 이내 편안하고도 잔잔한 음파로 바뀌고야 만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그 지리멸렬한 소음을 즐기기 시작한다. 

마치 비트라도 넣었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까딱, 발끝을 톡톡.


신호가 바뀐다.

수많은 사람이 뒤엉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