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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영잉 Feb 02. 2024

버스 타고 슬로베니아에서 이탈리아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코끼리 코 스무 바퀴 완전 가능

긴 배낭여행 중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하나를 소개하자면, 바로 도시를 이동하는 야간 버스에서 먹을 간식을 사는 순간이다. 특별히 맛이 뛰어나지도 않을 기내식을 기다리는 작은 설렘처럼, 기껏해야 비스킷이나 과일은 냄새가 나지 않는 간식일 테지만 늘 설렌다.

짧게는 5시간, 길게는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보거나 일기를 정리한 후 신중하게 골라온 간식을 하나씩 꺼내 먹는다. 버스 안에서의 시간도 내게는 잊지 못할 여행의 순간이다. 


사실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멀미가 심해서 버스에서 무엇을 먹거나 글을 쓰는 것은 상상만 해도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소풍 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가 김밥 도시락을 열자마자 모든 걸 게워낼 정도였고, 지금까지도 김밥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사유로 소풍 과자의 대명사 '아우터' 과자의 냄새도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이젠 버스 안이 집 같이 편해졌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코끼리 코 스무 바퀴쯤도 거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오늘의 버스 간식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가까워지는 아드리아 해변도로를 달리는 중, 하나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모두 버스 창가에 붙어 아름다운 석양을 사진기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셔터 소리가 잦아들고 그저 조용한 감탄사만 들려왔다. 다들 석양의 아름다움을 사진기가 감히 담을 수 없음을 깨닫고, 눈과 마음에 그 풍경을 온전히 담는 듯했다.


거의 밤이 되어서 도착한 베네치아 본섬.

사실 모든 여행지 중 가장 기대되지 않았던 곳이 베네치아였다. 도시 전체가 관광지라, 인적 드문 골목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아, 이래서 베네치아 베네치아 하는구나!'


 하지만 베네치아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을 완전히 바뀌었다. 그저 잠시 둘러보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배낭여행 중 가장 짧은 일정인 2박 3일로 계획했던 것이 조금 후회되는 밤이었다. 프랑스로 넘어가는 버스 티켓을 미룰까 잠시 고민했지만, 아쉬움 한 조각을 남기고 가야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랑스에서 만날, 보고픈 유림이를 만나는 날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2박 3일 동안 베네치아를 듬뿍 느끼고 가야지' 


예쁜 베네치아 풍경 대신 베네치아 매점 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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