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프랑스 치즈 첫 경험 : 내가 먹어온 치즈는 치즈가 아니었음을,
파비오의 집은 파리 시내 중에서도 중심부였다면 다음 카우치서핑은 파리 시내 외곽인 13E아홍디쓰멍 쪽이었다. 이곳은 차이나타운과도 아주 가까웠다.
중국계 프랑스인 아쎄나 아주머니와 프랑스인 남편, 그리고 아이 두 명이 있는 가정집이었다.
하루 종일 발길 닿는 대로 파리 골목골목을 탐험하다가, 해가 질 때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았다.
차이나 타운을 지나 집에 다다르기 전, 나무판자를 투박하게 잘라 만든 폭이 좁고 길이가 긴 갑판대가 눈에 들어왔다. 한라봉스러운 것 세 개가 정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앞에는 1유로라고 대강 적혀있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마지막 떨이 세일인가? 오, 괜찮은데?'
마지막 한라봉(같이 생긴 것)이 팔리기를 기다리셨을 흑인 아저씨 앞에 서서 1유로를 찾기 시작했다.
주머니를 뒤적뒤적, 영수증 사이를 휘적휘적,
그러나 손이 잡히는 동전을 아무리 합해도 1유로가 되지 않았다.
"힝, 현금이 모자라네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아녀, 그냥 가져가!"
"예? 아이구 괜찮은데… 그럼 감사합니다! 이 동전들이라도 받아주세요!
"아녀, 그냥 가져가~"
"아니에요 받으세요!"
몇 번을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내 손에는 한라봉 같은 것 세 개가 담긴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남루한 행색 때문일까, 앳된 얼굴 때문일까.
이번 배낭여행 내내 어딜 가든 넘치는 친절과 정을 경험하곤 한다.
그곳이 깍쟁이 도시로 유명한 곳일지라도.
한라봉향 그득 손에 묻혀가며 신나게 집으로 향했다.
아쎼나 아주머니는 항상 내게 말하셨다.
'Don’t be hesitate to ~’
그런데 오늘은 많아도 너무 많다.
"아쎼나…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이 날 밤 아쎄나는 우치서퍼들과 함께하는 거실 치즈 미식회를 열었다.
프랑스 와인, 위스키, 그리고 안주가 되어줄 10가지가 넘는 종류의 치즈가 거실 테이블에 올라왔다.
나 홀로 여행객은 시도해 볼 수 없는 치즈 파티였다.
우리는 치즈 앞에 모여 앉아 각자의 여행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이게 카우치 서핑의 묘미지!
베트남 음식 반미를 프랑스 파리의 차이나 타운에서 처음 먹게 됐다.
'빵에 당근?.. 우웩...’하며 시도조차 안 해봤던 반미.
우연히 들어선 차이나타운에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주민들이 줄을 지어 포장해 가는 풍경을 목격했다. 왠지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래! 나도 한 번!?'
오리고기 몇 점과 적당히 섞여 들어간 고수 잎, 그리고 당근 절임이 가득히 든 쌀 바게트가 단돈 2.7유로라니!
아니, 무슨 빵에 당근 밖에 없는데 이렇게까지 맛있는 게 말이 되나.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왜 이제야 맛보게 된 거야…!'
스스로를 자책하며, 내일 파리를 뜨기 직전에 반미로 파리의 피날레를 장식할 계획을 세웠다.
애석하게도 이 이상으로 맛있는 반미는 그 이후로 먹어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