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느 집으로 가는 길,
플릭스 버스를 타고 긴 시간 이동을 하다 보면 한국과 다름없이 휴게소에 잠시 들러 쉬는 시간을 갖는다. 유럽 휴게소는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고민 없이 가락국수 또는 돈가스를 시켜 먹곤 했던 푸드코트나, 호두과자, 알감자, 핫도그 같은 주전부리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은 볼 수 없다. 드넓은 공간에 화장실과 간단한 간식을 살 수 있는 편의점 건물 정도가 전부였다.
게다가 보통 먼 도시를 이동할 때는 야간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있거나 편의점이 닫혀있어 굳이 나갈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플릭스버스에는 화장실이 있다.)
오늘 들린 휴게소는 넓은 대지에 사면이 통창인 밝은 편의점 하나가 달랑 놓여있었다.
오랜만에 한낮에 도착한 휴게소.
창밖으로 기분 좋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두 팔을 위로 쭉 뻗어 올려 스트레칭을 한 채 주변을 찬찬히 둘러봤다. 화창한 날씨에 웃음이 절로 났다.
편의점에 들러 구매한 간식.
전부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친구들이었다. 그렇다. 나는 가난한 배낭여행객이었다.
암스테르담에서의 숙소는 메인 암스테르담 지구에서 작은 배를 타고 북쪽으로 건너와야 하는 암스테르담 NOORD에 있었다. 나를 초대해 주신 분은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시니컬한 마스크와 큰 키를 가진 센느였다.
센느의 첫인상은 다소 시니컬했다. 처음 센느의 집에 들어섰을 때, 센느는 거실 소파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아이들이 잠든 후 조용한 거실에서 긴 대화를 나눴다. 센느는 웃음이 많고 호기심 많은 소녀였다.
센느는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매일 밤마다 우리는 거실 소파나 부엌 식탁에 앉아 담소를 나누곤 했다. 원래의 일정 대로라면 이곳에서 삼일을 보낸 뒤 호스텔에서 나머지 일정을 보내야 했지만, 센느는 세 번째 날 밤에 내게 여기서 나머지 일정 전부 이곳에서 머무는 건 어떻겠냐며 고마운 제안을 해주었다. 예약하는 법 없는 여행자였던 나는 감사하게도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암스테르담에, 따뜻하고 아늑한 센느집에 머물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 그날의 날씨에 대해 나누는 대화,
집을 나서기 전, '다녀오겠습니다~'라고 건네던 인사,
하루 여행을 마치고 들어온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던 아이들과 센느,
장난감을 손에 쥐고 내 방으로 달려와 잘 자라 인사해 주는 아이들,
아이들이 잠든 후 식탁에서 앉아 하루를 돌아보며 나눴던 깊은 대화,
이 모든 소소한 추억이, 지금까지도 암스테르담을 그저 아름답고 따뜻했던 도시로 기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