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너무 좋잖아!
수도인 모스크바로 가는 횡단 열차라 그런지
확실히 모든 것이 신식이었고
열차 안에서 영어가 통하는 사람들을
처음 만났다.
같은 칸에서
우연히 만난 세 사람.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물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비카,
디마 아저씨, 모스크바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디마 아저씨,
그리고 아침에야 친해졌지만 금세 친구가 되어버린 제냐.
밤이 깊어 열차 조명이 꺼진 뒤에도
우리 셋은 침대에 걸터앉아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이 터지고 또 터졌다.
마치 원래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처럼.
차장 아주머니가 지나가다
웃는 얼굴로 한마디 했다.
“너네 좀 자라…^~^”
우리는 그제야 각자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낼 아침에 다시 얘기해!”
아침이 밝았다.
비카는 여전히 침대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고
그 사이 디마 아저씨와 제냐와 함께
디스플레이 산업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견학 때 보고 들은
지식을 바탕으로 말을 이어가니
디마 아저씨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 아주 스마트해하네!”
열차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갈 무렵,
제냐가 큰 유리병을 내게 내밀었다.
“엄마가 직접 만든 딸기잼이야. 너 줄게!”
“우와앙, 고마워요! 근데 이거 받으면
엄마가 서운해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냐 괜찮아, 우리 집에 많아~”
“오옹… 그럼… 스파시바!ㅎㅎ”
⸻
사실 경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복도 쪽 이층 침대를 예약했었다.
그런데 바로 옆칸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남편과 함께 쓰고 싶다며
4인 칸의 1층 침대로 바꿔줄 수 있냐고 부탁하셨고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은 자리 이동 덕분에
나는 이렇게 멋진 세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역시 여행에서의 우연은
늘 나를 더 큰 즐거움으로 이끄는 것만 같다.
⸻
열차는 어느새 모스크바에 거의 도착하고 있었다.
디마 아저씨는 자꾸만 숙소까지
혼자 걸어 갈 거라는 나의 계획을 듣고
계속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셨다.
아저씨는 내 핸드폰에 모스크바 생존에 필요한
필수 앱도 설치해주시고
지하철 티켓 사는 방법까지 직접 보여주셨다.
짐을 챙기고 플랫폼에 내려
디마 아저씨와 함께 역을 빠져나왔다.
아저씨 회사와 내 숙소가 가는 길이 같았기에
우리는 잠시 더 함께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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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시와
익숙하지 않은 거리.
모스크바의 첫날은 그렇게
잔잔한 아쉬움과 따뜻한 인사 속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