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원 워드

by 낭랑한 마들렌

원 워드(One word)는 일정한 기간 동안 내가 붙잡을 하나의 키워드를 말한다. 존 고든 외 2인의 책 [원 워드: 내 인생을 바꾸는 한 단어의 힘]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매해 연말에는 한 해를 정리하고 피드백한 뒤 새해의 원 워드를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고 있다. 1년 동안 그 단어를 활자로, 이미지로, 연상작용으로 가까이 두고서, 모든 일이 다 그 단어로 통하도록 애쓰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원 워드도 번드르르한 것들을 취했었다. 실행, 성과, 확장과 심화, 퀀텀 점프 등. 맙소사, 무려 퀀텀 점프!



2026년의 내 원 워드는 소박하다. 작지만 진짜 나를 담고 있다. 어쩌면 진짜 나는 이렇게 작은지도 모르겠다. 원 워드는 바로 WRITING이다. 영어로 쓰니 좀 덜 소박하게 느껴진다. 다행이다. 쉽게 말하면 그냥 ‘글쓰기’다.



2025년, 글쓰기에 대해서만큼은 나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풍요였다. 그것은 낭독에 버금갈 만큼 나를 만나는 일이고 나를 돌보는 행위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면에 집중하는 일이었다. 한참을 돌고 돌아 제대로 된 길의 시작점에 와 있는 기분이다. 낭독에서 그랬던 것처럼.



새해에는 더욱 쓰기로 했다. 진짜 쓰기로 했다. 남에게 보일 글이 아니라 나를 만나는 글을, 나를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글을, 사람에게서 얻으려고 했던 바로 그것을 채워줄 글을 쓰기로 한다. 글감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일상에서 늘 글감이 떠오르기에 일일이 다 붙잡지 못할 정도로 많다. 엉덩이 붙이고 노트북 앞에 앉아있을 시간과 루틴만 확보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그렇게 2026년은 쓰는 해로 만들어간다. 기대해도 좋다. 아니, 기대해 주면 고맙다. 쓰는 사람이 되려고 브런치 연재를 시작해서 하나씩 늘려가 벌써 세 개째 연재 브런치북이다. 아직 두 개의 아이디어가 더 대기 중이다. 둘러보니 브런치 작가라고 해서 모두가 유려한 필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모두가 대단한 글감을 가진 것도 아니더라. 내 브런치, 구독자 107명. 백 배, 천 배로 늘리고 싶은 포부야 있지만, 욕망은 아니다. 맘에 들면 보시고 아니면 가시라. 나는 나답게 계속 쓸 것이다. 좌우지간 쓰면 작가다. 꾸준히 쓰면 구독자도 늘고 문장력도 는다. 존버가 목표이자 답이다.



나는 이제 대충 쓴다. 대충 쓴다는 건 그냥 쓴다는 말이다. 그냥 쓴다는 건 ‘그냥’이 아니라 ‘쓴다’에 방점이 찍히는 표현이다. 하지만 기실 나에게는 ‘그냥’에도 무게가 실려야 한다.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오래전부터 나는 완벽주의적 성향자였고 그래서 대체로 고통스러웠으며 ‘지 신세 지가 볶는다’는 말을 들었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냥 쓴다는 것은 나에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충 쓰는 거다. 나는 대충 써야 한다. 퇴고는 딱 한 번만 하기로 했다. 초고를 그냥 올릴 수는 없다. 그것은 글에 대한, 세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새해에 나는, 어떻게든 쓸 것이다. ‘쓰는 사람’이 된다. 나의 원 워드 WRITING, 만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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