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나는 한(恨)이 좀 있다. 애증이라고 하면 더 정확하겠다. 이 연재의 첫 번째 글에서 고백했듯, 아주 오래전부터 이상하게도 나는 글쓰기가 좋았다. 물론 책 읽기도 좋았다. 좋았다 함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듯한 착각에 빠지며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쉬운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맘을 제대로 못 먹어서였겠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그리고 브런치에도, 글을 쓰는 것은 늘 선망하면서도 고역인 일이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일 거다.
어느 날 SNS상의 다양한 글들을 보던 중 ‘~습니다’체의 글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보통은 ‘~요’ 체와 ‘~이다’체를 많이 사용하는데, ‘~습니다’체가 갑자기 총체적으로 좋아 보였다. 공손하니 예의 바르기도 하고 겸손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더 정돈된 듯도 하고 교양 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날 이후로 서술어 처리를 그렇게 바꿨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글이 조금 더 수월하게 써졌다. 사실 글이라는 게 일기가 아닌 다음에야, 남에게 보일 글이라면 남에게 말하듯이 쓰는 것이 마땅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특히 SNS에 ‘~다’체로 쓰는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기저에 있어서인지 ‘~습니다’체가 편했고 다음 문장으로의 연결이 전보다 덜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다. 그러나 나는 지금 버르장머리 없이 ‘~이다’체로 쓰고 있다. 부디 언짢아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갑자기 예의와 겸손과 정돈과 교양까지 다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이 또한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이다’체로 쓰니 글이 더 진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이 마구 북받치던 날,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요량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그야말로 나만 볼 글이니 존댓말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심한 말까지 써가며 날것 그대로의 내 마음을 온전히 쏟아놓았다. 속이 후련했다. 존댓말로 썼다면 그렇게까지 내 속을 그대로 열어놓지 못했으리라.
그 후에도 또 한 번. 머릿속에서 할 말이 키워드로, 짧은 구나 절로 마구 떠다니며 계속 생성되는데 내 손가락은 너무 느렸다. 이래 봬도 내가, 왕년에 무거운 2벌식 수동타자기로 영문타자, 한글타자 자격증을 각각 1급까지 취득한, 여상 나온 언니다. 컴퓨터 자판이야 너무 편리하고 가벼워서, 타자속도로 나를 이길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옮기기에 손이 느리게 느껴질 정도일 때에, 말들이 휘발되기 전에 최대한 쏟아내기 위해 반말체로 써 보았던 것이다. 아, 그랬더니 이 또한 좋더란 말이다. 날아가기 전에 붙잡을 수 있었고 있는 그대로 재빠르게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지극히 사적인 뇌피셜 혹은 몸피셜이지만, 존댓말체보다 반말체를 썼을 때 더 진솔한 글을 쓸 수 있었다. 또한, 생각하면서 쓸 때보다 이미 생각된 것들을 그저 쏟아낼 때에도 반말체가 더 효과적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내가 이렇게 말을 짧게 쓰고 있는 것이다. 결코 감사한 독자님께 반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연재에서는 여전히 존댓말체를 쓰기도 하지만 어떻든 목적은 글을 술술 쓰는 것이니 상황에 따라 하고 싶은 대로 해보겠다.
너그럽고 눈치 빠른 분이라면 알아채셨을 것이다. 주저리주저리 변명처럼 썼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존댓말체, 반말체가 아니다.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글을 써온 가련한 한 영혼의 몸부림과 그로 인한 작은 수확이 주인공인 것이다. 어떤 상황, 어떤 환경에서 글이 잘 써지는지, 어떤 글이 진정 나의 글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다. ‘쓰는 삶’을 지향하며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나만의 글을 찾아가고 있다. 오늘도 어쭙잖은 나의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다시 힘이 난다. 다음 글도 기대해 주시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