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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en Apr 13. 2023

자기 사랑이 필요한 이유

타인에게는 나를 사랑해 줄 의무가 없다.



1. 자기(self)


자기 심리학의 창시자 하인즈 코헛의 말을 빌려보자. 자기 심리학에서 자기는'내가 온전히 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느낌의 총체'이다. 좀 더 정확히는 자신의 경험이 있는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다는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있는 그대로도 괜찮아진 나'라고 표현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그렇기에 '온전한 나'로 느껴지는 나에 대한 그림들의 입체적인 묶음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외부의 대상에게 적절한 '조율'을 받음으로써 자기가 필요로 하는 부분이 충족되었을 때 자기는 건강하게 성숙한다. 그 건강한 성숙의 결과가 '있는 그대로 괜찮아진 나'이며 그렇기에 '온전하게 나로서 느껴지는 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나를 온전하게 나로서 느끼기 위해서는 외부에 있는 대상의 적절한 반응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부의 대상이 나에게 공감적으로 반응해 주고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반응해 주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적절한 조율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절한 조율이란 그러한 외부대상의 '태도'에 대해서 자기(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의미한다. 즉, 상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나 자신이 상대의 행위에 대해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불충분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적절한 조율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적절한 조율이란 자기(나)가 경험하는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그것이 실제로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2. 자기 대상


이렇게 외부의 반응으로부터 비롯되는 '주관적 경험'에 의해 자기는 건강하게 발달하기도 하고 발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서 '나'의 주관적 욕구(필요성)를 충족시켜 주는 주관적인 경험을 코헛은 '자기 대상'이라고 불렀다. 즉, 자기 대상이란 단순히 나에게 반응해 주는 외부의 타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부 대상의 반응으로부터 내가 '느낀' 주관적인 '경험'에 좀 더 가까운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 좀 더 가까운 의미인 '자기 대상'과 외부에서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타인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자기 대상' 외부의 타인을 '외부대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대상은 타인 즉,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자기(나)에게 자기가 필요로 하는 주관적인 경험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외부의 모든 것이 자기 대상을 유발하는 외부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이나 영화 또는 만화등의 예술이 그러할 수 있고, 자신의 내면의 나의 다른 여러 부분들 또한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 슬픔이 처럼 한 개인의 내면에는 형상화하여 표현할 수 있는 여러 부분들이 있다.) 자기 대상을 유발하는 외부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그 내면의 여러 부분들에게 있어서는 내가 자기 대상경험을 유발하는 외부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 부분들끼리도 서로가 자기 대상경험을 유발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상들로부터 자기가 필요로 하는 적절하고 충분한 경험을 얻을 수 있어야 자기는 건강하게 성숙할 수 있게 된다.


3. 자기 사랑


그러나 그러한 자기 대상경험을 외부의 '타인'에게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자기 대상경험'이란, 내가 필요로 하는 주관적인 욕구의 충족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외부의 타인이 나에게 아무리 잘 대해준다 해도 내가 그것에 만족할 수 없으면 의미 있는 자기 대상경험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타인은 나에게 내 욕구와 마음에 조율해 줄 의무가 없다. 더 나아가선 그 '조율'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인이 독심술사가 아닌 이상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딱딱 알아채 충족시켜 주기란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타인 역시 누군가에게 조율받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자기일 것이다. 즉,의무상의 '하지 않아도 됨'과 능력상의 '하지 못 함'이 기본적인 전제로 깔려 있다. 여기에 나의 까다로움이 더해지면 타인에게만 의존하는 자기 대상경험은 비효율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의 욕구, 마음, 경험에 대해서 자기 대상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기 대상을 갈망하는 욕구는 점차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욕구가 줄어들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다양한 것들에서 충족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 전에 먼저 구멍을 채우는 행위와 같다. 그저 나는 가만히 있으면서 누군가가 나의 마음의 독을 채워주기를 바라며 여기저기 헤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어느 정도 구멍을 채울 수 있게 되었을 때, 삶의 여러 요소들에서 충족감을 느끼며 항아리에 물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타인의 사랑에 불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음에 감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자기 사랑이 필요한 이유이다. 자기 사랑에 대 구체적인 방법은 앞서 쓴 글에서 컴페션이라는 방법으로 언급하였으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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