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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en May 14. 2023

특별함에 대하여

집 근처의 장미를 찍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부터 이상한 버릇이 들었다. 길가에 피어있는 볼품없는 민들레,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초등학교 담장의 장미. 이런 것들에 관심 가지기 시작했다.


별로 바쁘지 않은 하루 속에서조차, 이것을 하지 않으면, 저것을 하지 않으면, 하고 불안해하느라 평소에는 관심 갖지 않 것들이었다.


사진으로 찍어보려 가까이 갔다.



멀찍이서, 그저 풍경의 하나로 바라보았을 때는 별 볼 일 없 녀석이었다. 그러나 사진을 남기고 싶다는 사심 관심 갖고 보니, 그것들 하나하나에도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나의 하루는 그런 것들에 대한 감상으로 시작되었다.


가끔 헤매곤 한다. 무언가 더 특별한 것을 찾으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를 꾸며줄 조건들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며 애쓰곤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무언가 열심히 애쓰고는 있는데 여기저기로 정신이 조각나 파편화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파편 속에서 끊임없이 길을 잃고 헤맨다.


무언가를 추구하는 행위는, "그것을 얻지 못하면 나는 괜찮은 존재가 아니야"라는 강박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나는 나를 방치한다. 괜찮음을 찾아서. 도대체 누구에게 괜찮아 보이고 싶은 걸까?



장미를 가까이서 보이, 나를 가까이서 보았다.


나는 요즘 사진을 찍 있다. 불과 며칠 전에는 하지 못했던 것.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 1년 전에 '그럴 수 있었으면'하고 바랐던 것.


나는 책을 만들 수 있고 판매도 해보았다. 3년 전에는 꿈만 꾸었던 것.


나는 공허하지 않고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5년 전에 그토록 바랐던 것.


어쩌면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그토록 바랐던 특별한 나일지도 모른다. 특별함이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머으로써 살아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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