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8.
이 글은 2021.11.28.에 작성하였습니다.
주택 보유세 관련된 이야기가 계속 오가네요. 아무래도 뜨겁죠. 종합부동산세 개정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와 맞물려서 종전 대비 보유세 상승률이 꽤 되실겁니다.
우선 보유세가 늘어나면 집값이 잡힐거라는 주장은 개인적으로는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루이틀 한 것도 아니고, 지난 몇년 간 세법이 개정될 때 마다 했습니다. 원본이 훼손될 만큼 보유세가 늘어나더라도 집값 잡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간혹 늘어난 보유세로 인해 가계의 현금흐름이 깨져서 '어쩔 수 없이 매도해야 하는 물량'을 기대하는 분들도 계신데, 대체로 그렇게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그리 매력적인 물건이 아니거나, 좋은 물건이라 하더라도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시장을 흔들 Quality와 Quantity가 안됩니다.
보유세 높아지는데 안 파는 현상이 비이성적이라 생각하실 수 있지만, 주택 가격 상승기에서는 기대이익이 클 것이라 전망되면 어떻게든 붙잡고 있기 때문에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부모님이 세금때문에 집 판다고 하면 자녀들이 돈 싸들고 와서 말리는 게 요즘 주택 시장 이야기죠. 구축 물량을 시장에 내어 놓는 것은 더 강력한 규제가 아닌 적당히 완화적인 정책일 거고요. "The North Wind and the Sun"이라는 이솝 우화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요.
"억단위 내지는 그에 준하는 보유세를 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겠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 분들은 이미 세법 개정안 올라올 때 계산을 다 끝내셨습니다. 종합부동산세율 상향과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주제는 햇수로 3~4년 전 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현재의 안이 확정된 게 2020년 하반기죠. 1년이 넘은 이야기입니다. 영향을 많이 받는 계층은 이미 대응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거고요.
최근에 종합부동산세 & 공시가격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영향을 많이 받는 분들은 이게 현실이라 2020년 초 부터 '개정안' 기준으로 계산하고 진즉 대응에 들어가셨습니다. (종합부동산세율 상향은 그 전부터 이어져 온거라, 2018년부터 계속해서 시장을 F/up하셨고요.) 그 분들은 이미 몇년 전 부터 미리 매를 맞아두셔서 이번 고지서 날아온 걸로는 시장에 흔들림을 주지 못할겁니다.
아무튼.. 기재부에서 종부세 등 '보유세'가 세입자 전가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아마 주된 논리는 '보유세 급등 계층은 얼마 안 되기 때문'같습니다. 기재부에서 종부세 납부자는 국민의 2% 남짓이라 했으니 해당하는 주택도 얼마 안 된다고 본거고, 그래서 조세전가가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로 보입니다.
논리는 타당합니다. 공감가는 논리고요. 그런데 관료의 논리를 곡해하면 곤란합니다. 기재부는 '보유세 상승분이 조세전가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상 상상하지 말자는 거죠.
기재부에서 '조세전가'라는 말이 왜 나왔을까요? '월세 전환 & 임대가격 상승' 때문에 나온 겁니다. '조세전가로 인한 전월세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했죠. 감이 오시지요? 기재부의 말은 시장의 월세화가 진행되지 않거나, 임대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다는 말이 아닙니다. 저는 기재부의 논리가 '(임대료는 어찌될지 모르겠고,) 조세전가는 없다.'로 읽혔습니다. ^^
'월세 전환'이 꾸준히 이어질 것 으로 전망합니다. 시장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월세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예전엔 월세 내고 사는 것은 '자산 축적을 못하게 되는 길'이라며 반드시 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는데, 요즘엔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느낌입니다.
이제는 전세대출하면 집을 못 삽니다. 집도 투자 자산으로 보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고요. 그래서 전세를 자기자본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전세에 목돈이 묶여 주식이든 코인이든 투자를 못하게 됩니다. 신용대출로 투자하려 해도 많이 막혔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반전세 내지는 월세 거주하려는 '수요'가 차츰 늘어납니다.
여기에 (특히 작년의) 전세가격 급등이 쐐기를 박았습니다. 작년 전세가격 급등은 아직 시장에 다 반영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세는 저관여 거래라 시장가격이 비효율적인데, 한 집에서 오래 갱신한 전세 계약은 보증금이 시세 대비 낮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며 시장가를 인식할 때 임대인 입장에서 굳이 보증금을 높여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보증금 높여 봐야 간주임대료나 더 나올 뿐이라, 보증금 시장가액을 회계상 자본적 지출해서 월세로 현금흐름을 만들겠죠.
과거에는 이게 안됐습니다. 대부분의 임대인은 현금유동성 없이 사채(=전세보증금) 땡겨 롱 포지션 잡은 고레버리지 불나방입니다. 전세보증금 낮추고 월세로 전환하려면 자본적 지출이 이루어져야하는데,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이걸 할 여력이 안됐습니다. 그런데 이젠 전세가격이 급등하니 시장가격 상승분 만큼 회계상 자본적 지출이 가능합니다. 월세전환이죠. (시장가 대로 전세보증금 올려 봐야 간주임대료 나가니 월세가 낫습니다.)
과거에는 금리가 오르면 전세도 괜찮았습니다. 은행에 예치해 두면 이자도 쏠쏠히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기준금리가 1.00%로 올랐다곤 해도 인플레이션을 커버하지 못합니다. 전세 보증금을 은행 예치해서 이자로 현금흐름을 내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집주인이 전세로 임대할 인센티브도 컸습니다. 전세로 몫돈 받아서 주택을 늘려나가려는 생각이 많았으니까요. 지금은 주택을 늘려나가는 건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길이라 어지간해선 그렇게 안 하십니다. (지금 1세대 1주택이시면 어지간해선 다주택 하지 마세요. 잘못하다 피보십니다.) 그러니 집주인도 전세로 임대할 이유가 줄어들었죠.
보유세 상승이나 간주임대료 상승 같은 자잘한 이슈도 전세 임대를 줄이는 원인이 되긴 할텐데요, 그것보다는 저는 집주인들이 주택 늘려나가는 행위를 못 하게 되니 사채 끌어다 쓸 생각이 적어져서 이번 기회에 월세분을 조금씩 늘려 나가시는 느낌입니다. '공급' 측면에서도 월세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번에 시장 전체가 월세로 빡 전환된다는 얘기는 아니구요, 그냥 조금씩 조금씩 전세가 반전세로, 반전세가 월세로 전환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월세라.. 저는 선호하는 주거양식은 아닙니다. 현금흐름을 쓰려면 투자자산에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월세 내기 보다는 어떻게든 집을 사는게 좋다 생각하고요. 꼭 집을 사라는 건 아닙니다. 주식 사서 배당금으로 월세 내면 그것 또한 훌륭하지 않겠습니까?
생애주기 상 주택이 필요한 시기에 계신 분들께는 늘상 1세대 1주택은 추천하는 편입니다. 물론 요즘 주택 부동산 시장이 잦아든 느낌이라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매수하려는 분위기는 안 보이고, 하우스 푸어 이야기도 다시 나오고 있고.. 으레 있는 일이긴 한데, 집 처음 매수하시려는 분은 불안감이 크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 다.. 지나가더라고요. 늘상 이렇습니다.
1세대 1주택으로 마련하실 때, 10년 정도의 생애주기를 커버할 수 있는 집으로 사면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도 많이 줄어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10년이면 주택 사이클을 헤지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10년은 살아야 양도소득세율도 충분히 낮아집니다. 투자는 비과세에 가까워질 수록 훌륭합니다.
집 사서 가격 좀 떨어지면 존버하면 됩니다. 무책임한 말 한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 여러분이 "이 집이라면 10년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매수한 집은 10년 존버하면 하락폭을 만회하고도 인플레이션 이상의 상승률을 보일 겁니다.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다 비슷하거든요. 여러분에게 매력적인 집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인테리어 빼고 입지만요. ^^)
1세대 1주택을 권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생애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나이에 10살을 더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집 사서 돈 좀 떨어지면 어떻습니까. 무책임한 말인거 아는데, 10년 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보유한다는 것은 시장가 좀 떨어지는 불편함을 커버하고도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간은 유한하고, 우리의 인생도 유한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