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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Oct 03. 2022

나다움을 찾는 법을 포기하지도 버리지도 말자

- <치유의 글쓰기를 해보자. 나만의 동굴에서> 중에서-

  나의 창조적 삶이 비단 타인에게만 영향을 미치겠는가. 나와 가장 가깝게 연결되어 있고 일상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는 내 아이가 최고의 수혜자일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퇴근 후에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랫감을 널고, 개고, 집을 대충 청소하고 나서 앞치마를 두른 채 책을 읽는 모습을 매일 본다. 밤마다 모니터 화면 속 흰 종이 위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엄마도 본다. 운이 좋으면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도 듣는다. 그러다가 자정쯤에 “이제 그만 이 닦고 자라. 엄마는 좀 쓰다 잘 테니.”라는 말을 매일 듣는다.  


   언젠가 내가 “엄마가 글 쓴다고 더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말하니 아이가 이렇게 답해서 나를 감동시켰다. “엄마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집에 와서 또 집안일하고 저도 챙겨주면서도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쉬지 않고 글을 쓰잖아요. 엄마는 정말 잘하고 있어요. 대단해요. 저도 제 공부 열심히 하며 살게요.” 아이는 스스로 공부 목표와 학습 계획을 세우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한다.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내가 몰입하는 그 시간에 아이도 자기만의 몰입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처럼 엄마의 나다움을 찾는 여정은 단순히 나 개인의 성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 아이에게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게 된다. 독서 습관, 끊임없는 노력, 도전 정신, 시간 활용법 등. 내 아이에게 최고까지는 아니어도 인생의 롤 모델이자 멘토가 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사실 워킹맘으로서 창작 활동을 병행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늦은 밤 컴퓨터 앞에 앉아 남은 에너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길은 있다. 이때 나를 도와줄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소환하면 된다. 우리가 깨워주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아이, 낙천성과 용기로 똘똘 뭉쳐있는 아이, 바로 융이 말한 퓨엘라(소녀)이다. 나는 최근에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라는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보고 그녀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프랑스 최고의 여성 감독인 ‘아녜스 바르다’는 한 인터뷰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영화를 만드는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게는 한 가지 해결책밖에 없고, 그건 바로 ‘슈퍼우먼’이 되어 한번에 몇 가지 삶을 동시에 사는 거예요.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게 그거죠. 한 번에 몇 개의 삶을 살면서 포기하지도, 그중 어느 것도 버리지 않는 거요."     -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 中에서 -     


  포기하지도 버리지도 말자. 우리 안에 있는 퓨엘라가 슈퍼우먼이 되도록 도와줄 테니. 인생길은 쭉 뻗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 미로와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자아(ego)가 힘들게 헤쳐 왔다면 나머지 중반은 자기(self)와 함께 미로를 헤쳐 나가자.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표현대로 ‘누구도 만질 수도 없고 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내 안의 무언가를 믿고 나다움을 찾아 나서자.    


  아직은 나를 나답게 해주는 동굴이 허름하고 볼품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그 동굴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확신을 주기에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 나도 아니 에르노처럼 나 자신을 제물로 바쳐 독자의 뿌리 깊은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 자, 이제 나는 이쯤에서 마침표를 찍고 또 다른 아이디어와 욕망과 감정들을 주우러 가야겠다. 잘 준비해야 다시 흰 종이 위에 용감하게 돌진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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