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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Jul 24. 2023

다짜고짜, 책 좀 사주세요.

  “저희 출판사와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아 출간은 어렵겠습니다.”     

  지난겨울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모아 100군데 이상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고 100번 이상의 이와 유사한 문장이 담긴 거절 메일을 받았습니다. 제 존재감마저 거부되는 느낌이 들어 눈물이 나기도 했었죠. 그 길로 다시 서점으로 가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 에세이만 전문으로 출판하는 출판사 이메일 100개를 적어왔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투고. 감사하게도 제 원고가 눈이 맑고 밝은 ‘행복우물 출판사’ 대표님의 눈에 들었고 7월 7일 <엄마가 그랬다면 이유가 있었을 거야>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더라고요. ‘영업’과 ‘홍보’라는 또 다른 영역의 장벽이 있는 거죠. 제가 낳은 아이(책)가 컴컴한 창고 안에서 울고 있지 않도록 엄마인 제가 열심히 발로 뛰어 그 벽을 넘어서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느라 바빠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동료,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책 좀 사달라는 말이 입에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이런저런 겉도는 이야기만 30분 넘게 하고 전화를 끊으니 허탈감이 밀려왔어요.      

  

  다음날 ‘그래, 이왕 하는 거 내 책 세일즈맨이라고 생각하자! 까짓 껏 얼굴에 철판 좀 깔지 뭐.’ 이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전화를 돌렸습니다. “오빠, 사업해서 돈 많이 벌었다며? 내 책 많이 사서 직원들한테 나눠줘.”, “나 책 냈어. 책 사서 읽고 좋으면 주변에도 많이 홍보해 줘.” 무슨 일이든 부탁하지 않고 혼자 해내려는 성향이지만 이번 일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제 자식(책) 일 앞에서는 창피함이고 자존심 따위는 버리는 거지요.     


  서점에 가서는 귀여운 범행도 저질러 보았습니다. 신간이지만 겨우 책등만 보인채 앉아야만 꺼내 볼 수 있는 책장에 꽂혀 의기소침해 있는 제 책을 빼내 베스트셀러를 전시해 놓은 곳에 떡 하고 올려놓아 보았습니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1위와 2위 책을 가리지 않도록 1.5 지점에 놓고 사진을 찍었지요. 그리고는 에세이 코너의 매대 위에 한 권뿐인 제 책을 올려놓고 나와버렸죠. 있다가 직원에 의해 다시 보이지 않는 책꽂이로 옮겨지더라도 아주 잠깐이나마 사람들 눈에 띄라고요.   

   

  이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제 책 세일즈를 하고 있는 제가 이번에는 영풍문고 본점에서 대놓고 책 세일즈를 하게 되었답니다. ‘북콘서트’라는 그럴듯한 이름하에. 약간 떨리고 막막하지만 공개수업이라 생각하고 저만의 아이디어로 통통 튀게 출간 기념회를 준비해 보려 합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퀴즈도 풀고 작은 상품도 타러 오실래요? 혹시 마음에 여유도 있으시면 “제 책도 좀 사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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