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글의 힘은 세다.
정화씨, 세상이 소리 나는 곳에만 주목하죠?
바다 건너온 메시지 한 통에,
느닷없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화려한 색채보다 가물한 먹색의 아름다움을 여기저기 알리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제자리에서 여전히 박제당하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미안했다.
충분히 빛날 수 있는데,
내 욕심의 덫에 걸려 색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런 마음은 밖으로 꺼내 봤자,
까맣게 멍든 마음을 내놓는 것 같아서 애써 표현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이 전해지는 또 다른 길이 있는 것인지
세계일주를 하며 미국에서 만났던 선생님께로 어느새 날아간 모양이다.
‘모든 삶이 그렇듯,
나 역시 속이 울렁이는 삶 속에서 언제나 헤엄친다.’
는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속 깊게 퍼져, 메말라가는 먹빛에게 한 모금의 귀한 물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나는 또 분명히 이와 같은 고민을 다시 안고 뜬 눈으로 허망한 새벽을 보낼 날이 있겠지만, 이건 지나가는 하나의 파도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에는 휘몰아치는 파도 앞에서 준비 없이 온몸을 적시지 않고, 그 위에서 서핑을 생각할 여유가 점차 생기지 않을까?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한 마디가
시공간을 뛰어 넘어서 바람에 지쳐 쓰러져 가는 한 그루의 나무를 세워주는 걸 보면,
아무렴 글의 힘은 세다.
서예인 인중 이정화
새 글은 화요일과 금요일에 올라옵니다.
injoongmaobi@naver.com
insta.com/injoongmao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