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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중 이정화 Dec 06. 2019

다름의 닮음

너라서 아름다워.



하얀 밭 위에, 뚜벅뚜벅 찍어내는 검은 발자국.      



서예의 색은 무엇일까.

도드라지는 발자국의 먹빛이라고 이야기하려다가

문득 저 ‘하얀 밭’이 없었다면 빛날 수 있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은은한 한지의 하얀빛만을 말하기엔

저 발자국 덕분에 사람들의 그 흰 밭 앞에 

하나 둘 멈춰지는 것이 아닐까?


밀물과 썰물처럼,

만날 수 없는 두 색이 함께 나란히 서있는 서예의 색.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떤 색을 지닌 사람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는 날씨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다.

화창한 날이면 생기가 넘치고,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우울해진다.


답답한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버스를 앉아도 

아주 창이 넓은 곳에 앉는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밝고 화창한 것을 좋아하는 

통통 튀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취향을 한눈에 표현되는 것은 아마 옷일 것이다.

내가 가진 대부분의 옷은 짙은 색이며,

유행과는 무관한 옷들이고,

게다가 먹물이 뭍은 옷도 큰 상관없이 

몇 년째 입고 있는 나를 보며 화려히 보여지는 것보다 

평범하고 깊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이야기한다.     


나를 정 반대로 이해하는 사람들,

과연 나다운 색은 어떤 색 이어야 할지 고민을 했었다.

심지어는 억지로 나의 모습을 

상대방에 맞춰서 바꾸려 노력한 적이 있었다.     



“貌姸容有臏, 壁美何妨楕.” -宋代, 詩人, 蘇東坡.-     


아름다운 용모에도 종지 뼈는 있는 것인데,

구슬이 아름다우면 그만이지 타원형이면 

무엇이 해롭냐는 송나라 시대 시인 소동파의 이야기.     


상황에 따라서 부족한 내 모습은 가리고

내가 아닌 척하려고 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방방 뛰는 나의 모습,

깊은 곳을 찾아가는 나의 모습.

부족할 것 없이 완벽히 모두 나의 색이고,

나의 모습이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는 

일곱 빛깔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밀물과 썰물은 정 반대지만

그것은 모두 바다를 이루고 있다는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또한 먹의 색과 바탕이 되어주는 종이의 색은 

극과 극이지만 그것이 함께 해야 작품이 되는 것처럼.

바다로 향해가는 밀물과 썰물.


나는 나의 모습 그대로 아름답고,

우리는 우리라서 아름답다. 더 무엇을 갈구하는 것일까.




서예인 / 인중 이정화

새로운 글은 화요일, 그리고 금요일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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