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요법 #몸 친구 #수련 친구
몸살 기운인가? 잠에서 완전히 일어나기 전 이리저리 뒤척여 보아도 편한 자세를 취할 수가 없다. 어떻게 누워보아도 목과 어깨, 등허리가 뻐근하다. 이런 상태에서 엎치락뒤치락해보아야 익기도 전에 자꾸 뒤집어 육즙 빠진 삼겹살처럼 기운만 빠지니 오똑 일어난다.
콧구멍에 콧물이 훌쩍하여 삼켰더니 목구멍도 편치 않다. 나는 아기처럼 목수건을 둘렀다. 어렸을 적 선천적으로 코중격이 휘어 비염 인생의 진단을 받은 바, 후천적으로 집먼지 알레르기성 비염까지 동반한 완벽한 비염인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행동해야 했다. 지르텍을 먹을 것이냐 액티피드를 먹을 것이냐? 콧물을 시전 한 아기 코스프레 형상이니 오늘의 간택은 시럽이니라. 달달한 시럽을 훌훌 삼키고 욕조에 물을 받아 근육통을 풀어보기로 했다. 들어가기 전에 목수건을 풀어내고 목을 좌우로 돌려보니 목구멍의 문제가 아니라 넓은 목근(방금 해부학 앱을 켜서 확인 한 이름)이 뻐근한 상태임을 알았다. 몸살 기운이 아니라 어제 트위스트를 주제로 한 요가 수련에서 내가 늘 그렇듯 ㅡ.ㅡ;; 돌려야 하는 몸통 대신 목을 더 열심히 돌려내 근육이 화가 났구나. 아하하하 약물을 오남용 했네.
목욕물에 페퍼민트 에센셜 오일을 톡톡톡 뿌리고, 청귤 차랑 책이랑 음악이랑 챙겨 풍덩 들어갔다. 아하하하. 오호호호. 으헤헤 헤. 준비한 책을 겨우 한 꼭지 읽었을 뿐인데 안 듣던 음악과 약기운에 몸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혹시 책을 읽어서 그런가? 책장을 덮고, 안 듣던 음악을 잘 듣던 팟캐스트로 바꾸었다. 들을수록 똑똑해질 것만 같은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글을 읽고 애쓰지 않아도 똑똑해지는 기분이라 정신이 오똑해진다. 그렇다면 힘을 내서 바디 마사지라고 쓰고 때밀기를 시작했다. 근육통에는 때 목욕이 최고다. 탕 속에서 폭폭 삶아 야들야들해진 닭다리살처럼 근육이 야들야들하게 풀리고 있다. 업고 있던 곰 한 마리를 내려주고 가뿐한 몸으로 욕실을 나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 수분을 채웠다.'오홋~ 날씬한 기분. 미에로 화이바!' 자동반사로 나오는 세뇌여.
근육통도 열심히 수련한 자에게만 내리는 은혜(?)이기 때문에 요가인이라면 '근육통 성애자'가 될 여지가 있음을 예견해본다. 안 쓰던 근육이 늘어나면서 혹은 힘을 쌓아 넣어 근섬유를 통통하게 근 찌우면서, 이 통증을 통과하고 나면 더 유연하고, 더 근력이 생길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요가를 하면 선반 한켠에는 무릎 아프신 어르신처럼 다양한 종류의 파스가 쌓이고, 방구석 한편에는 폼롤러, 요 가링 같은 능동형 마사지 기구부터 저주파 마사지기, 전동 마사지기 등 전기의 힘을 빌린 수동형 마사지기까지 하염없이 쌓인다. 나는 아빠가 강릉 단오장에서 사 오신 핸디형 전동 마사지기를 물려받아 소파 옆에서 플러그도 뽑지 않은 채 풀가동 중이다. 몸 친구를 무척이나 갖고 싶지만 요가인으로서 수동형 마사지기는 이제 그만 들여야겠다.
추스른 몸을 일으켜 레깅스에 한 발 넣는 순간부터 오늘의 수련 시작이다. 얼굴을 스치는 찬 겨울바람을 호호 불어내고 총총 걸어 요가원에 들어가니 동그란 부항자국이 선명한 뒷모습이 보인다.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기네스 펠트로의 부항자국처럼 조금 어색하지만 그 효험이 몹시 궁금하다. 몸이 예열되는 앉은 자세의 수련 동안 삼계탕 요법으로 달래 놓았던 근육통이 조금씩 살아 돌아온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면 늘 드는 생각 하나. '오늘 런지에서 버틸 수 있을까?'
'못 할 것 같아.'하고 마음에 여지를 주는 순간 런지는 무너지고, '할 수 있다~끙'하고 여지를 매우면 엉덩이에 액셀을 밟은 것처럼 없었던 힘이 솟아나 런지를 버텨내고 수련에 속도가 붙는다. 인생사 마음먹기 나름이란 말이 매트 위의 세계에서도 다름없다. 양볼이 벌게지고, 쫑쫑묶어 동글동글 감아올려놓은 머리도 추노 머리화 되면 근육통이 있었나 싶게 수련의 막바지다. 몸이 힘든 날, 수련하기 싫은 백만 가지의 핑계를 뒤로하고 스펀지밥처럼 성실하게 수련을 한 날에는 마지막 사바 사나 가 몹시 달아 꿀바사나가 된다. 욱신욱신 근육통은 그 옆의 근육을 욱신욱신 일궈내 마사지해주는 수련이 몸 친구보다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