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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 Jun 23. 2024

'어찌 그럴까'가 아닌 당연한 일로

남편은 요새 시댁 집 시세 분석에 빠져있다. 그게 당장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엑셀 작업까지 하며 열심이다. 이렇게 준비를 해둬야 나중에 어떤 계획이든 세울 수 있기는 할 거다. 그래도 회사 일도 바쁘고 몸도 힘든데 너무 애를 쓰는 거 같아서 답답한 맘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는 그걸 할 때 무척 재미있어하는 거 같았다.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궁금한 것을 알아내는 일에 흥미가 있는 사람인데, 이 일이 딱 그런 일인 거 같았다. 자꾸 나한테도 설명을 해주는데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네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듣는 척만 할 때가 많다.

결혼해서 20년 넘게 며느리로 자식 노릇을 했지만, 유산을 남길 때 자식으로 인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편으로 천륜과 인륜이 어찌 같을까 하는 맘도 있어서, 서운한 맘은 잠깐 지나가는 맘이 되고 만다. 


남편이 보는 패드에는 서울 지도에 그간 거래된 집값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걸 보니 예전 아빠 집 값도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남편은 나왔을 테니 찾아보라고 했다. 당시 부동산에서 친정집이 가장 비싸게 팔렸다고 해서 정말 그런지 궁금하기는 했었다. 이리저리 지도를 옮기다 보니 아빠 집 동네 집값이 하나, 둘 있었다. 그리고 아빠 집 팔린 기록이 나왔다. 

그걸 보는 순간 울컥했다. 그 집은 내가 중학교 때부터 산 집이다. 거기에서 갑순이(강아지)가 죽었고, 그곳에서 할머니를 떠나보냈다. 아빠가 아플 때 힘겹게 계단을 오르내렸고, 엄마는 계단에서 넘어져 다친 적도 있었다. 그 집 1층에 언니네가 이사 와서 살았고, 나는 아이를 낳고 그 집에서 한 달 가까이 몸조리를 하고 우리 집으로 돌아갔었다. 


마당이 넓었던 그 집은 아빠가 사람을 사서 고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을 허물고 반지하부터 2층까지, 옥상에는 옥탑방까지 넣은 집으로 새로 지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집이 허물어졌을 거다. 빌라를 짓겠다는 사람이 나서서 우리 집과 옆집 등을 같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아빠가 떠나시기 1년 전쯤 집을 팔았고, 나는 아빠가 떠나시듯 떠난 그 집의 흔적을 패드 화면으로 본 거다. 


" 이거 보니까 눈물 날 거 같아."


울컥해서 내뱉은 말에 남편이 그만 보라고 패드를 치웠다. 그리고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서 나는 다시 눈물이 났다. 지난 세월은 왜 그렇게 슬픔으로 다가오는지. 존재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자꾸 어찌 그럴까 싶게 느껴진다. 나는 어찌 그럴까 하고, 그리워만 하고 있다. 다시 머리를 흔들어 본다. 그렇게 가득 찬 그리움을 털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려 애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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