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총 4번 메도마운트 캠프에 왔다. 2020, 21년은 코로나로 인해 캠프가 쉬었었고 팬데믹 이후 2022년부터 3년을 왔는데 올해 눈에 띄게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애들이 예년이랑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고 다른 패컬티들도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캠프 초반에는 이렇게 얘기했었다.
애들이 너무 이상해.
예전만큼 잘하는 애들이 드물고, 인사성도 없고 표정들도 뚱해서 얼핏 보면은 예의 없다고 느껴지는 애들이 많았다. 그런데 애들 레슨을 하고 길게 얘기를 나눠보니 머리가 나쁜 애들이 아니다. 가르쳐 주면 알아듣고 고치는 것을 보면 지능이 낮아진 게 아닌데 아무튼 겉으로 드러나는 재기 발랄함이라든지 호기심, 리액션 등 아이들다운 에너지가 많이 떨어져 있다. 예의가 없어 보이는 것도 성격이 못된 게 아니라 아니라 사교성, 사회성이 너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을 학교를 쉬고 모든 교육을 온라인으로 받았던 아이들의 발달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는가 싶다. 캠프 초반에는 애들이 답답하고 때로는 화가 났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지금은 슬프고 안타깝다. 왜 아이들이 학교를 다녀야 하고, 친구들이랑 투닥거리면서도 놀아야 하고, 오프라인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커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느끼게 되었다. 특히 체육 활동은 어린 시절 꼭 해야 될 듯. 아이들이 뱃심이랄지 깡다구가 너무 부족해서 악기를 하는데도 매가리가 없고 힘이 딸리더라.
내가 생각했을 때 코로나가 음악 하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끼친 영향은:
학습 능력이 전체적으로 낮아짐 : 논리성, 집중력, 맷집(승부욕) 등이 작년 애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떨어졌다고 느껴진다.
실내악을 많이 못 해본 티가 많이 난다 : 자기 파트만 달달 외움. 곡 이해력이 떨어짐. 큐(cue: 같이 시작하는 부분을 알려주는 시그널) 주는 방법을 모름.
악기 연주를 하는 데 있어서 projection이 안 됨 : 예전엔 10대 후반만 되어도 무대 경험이 많아서들 당차게 하는 애들이 많았었는데 이번 해에는 소리를 잘 내는 애들이 드물다. 클래식 악기의 연주는 일종의 웅변이나 마찬가진데 play out, sustain the sound를 잘 못하고 방구석 연주같이 한다.
미국 사람인데 영어가 이상하다?? : 뭔가 애들이랑 소통이 잘 안 되었다. 일단 목소리들이 매우 작고 말을 뭐랄까 너무 웅얼거리던데... 왜 온라인 게임하고 채팅하고 할 때 줄임말 쓰는 것처럼 뭔가 애들의 문장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느꼈다.
아무튼 악기를 배우는 데 있어서 비대면 레슨은 절대로 안 될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실용음악과 클래식의 근본적인 차이는 소리의 현장감이다. 우리는 마이크 없이 악기만으로 연주홀을 채워내야 한다. 클래식 악기 레슨은 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악기를 신체가 접촉하는 감각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비대면 레슨으로 인해서 제대로 힘을 실어 소리 내는 법을 훈련하지 못하고 그저 손가락만 빨리 돌리는 아이들이 늘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손가락 돌리는 것, 음악적 포장만 배우는 건 악기의 기본기를 완전히 놓치는 거다.
비대면 레슨이 지금 14-17세 정도 되는 아이들에게 특히 영향이 컸다고 느낀다. (그 또래 평균적인 학생들의 레벨을 말하는 거다. 아주 잘하는 탑 레벨의 애들은 여전히 잘하고 대학생 이상의 아이들은 성격도 '정상적'으로 보이고 훨씬 나았다.) 10대 초반, 한창 뇌가 성장하고 여러 가지 규율, 윤리 등 삶의 가치를 배워야 할 시기에 비대면으로 레슨을 받은 아이들이 학습 능력, 악기 테크닉, 태도 등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힐 기회기 너무 적었던 것 같다. 이거 회복 가능한 걸까? 어른들이 애들 걱정하는 건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은 그런 종류의 꼰대적 마인드로 하는 걱정이 아니다. 10대 초반에 팬데믹으로 사회와 격리되었던 아이들 세대가 실제로 겪게 되는 부작용을 말하는 거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를 이끌어나갈 시기가 걱정이다. 자기네 방식으로 방법을 찾아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