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매주 성당을? 가족들이 놀랐다. 결혼하고 나서 나의 일상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일요일 아침마다 남편과 미사를 간다는 점이다.
냉담기간이 길어 신앙심이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하지만, 늦깍이 신자인 남편 덕에 매주 한 번 가는 미사라도 잘 참여해보려 노력중이다.
그동안 스쳐간 여행지 성당 좋은 건 짧은 여행을 가도 여행지 근처의 새로운 성당을 함께 가는 것이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신부님, 새로운 분위기. 지루한 걸 싫어하고 호기심 많은 나 같은 신앙심 부족한 자에게 딱 맞는 처방전이다.
오늘은 지나다 들른 문막성당의 남궁민 루카 신부님의 강론을 참고로 결혼생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적어본다.
신부님을 찾아온 많은 이혼 위기의 부부들은 서로 상대방을 탓한다고 한다. 상대방이 했던 말과 행동은 수년 전 것 까지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
당신이 잘못된 이유, 그리고 그걸로 인해 고통받은 과정은 상세히 기억하고 기록하지만, 그 반대편의 나의 행동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머릿속에서 편집되어 이젠 없다고 결론짓는 본인의 죄. 싸움의 반대편은 진짜 죄가 없는 걸까?
메타노이아
그리스어로 도덕적 회개 혹은
생각을 바꾸다, 마음을 바꾸다라는 의미.
자신의 본래 모습을 바라보고,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죄를 뉘우치는 자 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종교 용어이다. 이 말을 하시는 신부님 강론의 핵심은 '남 탓 하지 말라'였다.
그 때 옆 자리에 앉아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같은 걸 느낀 듯한 표정. 가끔 다툴 때 근본 원인도 바로 이 것 이었다.
가톨릭은 착하게 살라는 종교가 아닙니다. 모든 이가 죄인이고, 그 죄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회개라고도 하죠.
자기 죄를 아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구원받을 자격이 주워지는 것입니다. 죄 없는 인간은 없습니다.
띠링띠링...띠링띠링
모두 숨죽인 영성체 시간, 두번째 핸드폰이 울리자 신부님은 '방금 벨이 두 번 울린 분은 여기 있지말고 나가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죄인줄 알면 반복하지 말아야한다는 걸 바로 현실로 가져오셨다. 알면 제발 좀 행하라. 자기 반성이 없다면 역사는 반복된다.
메타노이아는 단순히 한 순간 생각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않는다. 완전한 삶의 태도의 전환. 둘이 살기로 다짐할 때, 결함 가득한 두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고, 하나하나 맞춰가야함을 알아야 한다.
혼자일 때의 삶의 태도와는 어떤 면에선 완전히 바뀔 각오 정도는 해야 한다. 그만큼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매주 바삐 살며 잊고 있던 나의 잘못을 그나마 생각하게 하는 곳이라 아직 잘 다니는 중이다. 외딴 성당의 신부님 말씀에 둘이 무한 감동을 받고 각자의 죄를 뉘우친 뒤, 맛있게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물론 음식이 다 소화되고 나면 언젠가 투닥거림은 있겠지만.. 그래서 주일미사는 최소 주 1회는 가도록 정했나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다소 과학적인 종교의 세계.
미사 전 잠깐의 틈이 나면 늘 고해성사를 하는 남편. 고해소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사실은 죄가 더 많은 나도 해야 하나?
우리가 누군가와 다투거나 미워한 일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내가 쓴 미움과 비난의 말과 글을 잘 들여다보자. 싸움은 보통 쌍방과실이며, 미움은 자격지심의 표출이다. 죄의 유무 조차 알지 못하면, 앞으로 뭘하든 누구와 살든 개선의 희망이 없다.
내 시간을 남을 증오하는 일에 열중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아무리 편집하고 포장하려해도 진실은 본인이 알고 있다. 더는 어리석게 살지 않기를 바란다. 메타노이아 하길.
by. 연애훈련대장, M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