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과장 Sep 23. 2023

소소한 일상 갈등에 대한 고찰

연애훈련대장의 신혼 적응기

결혼식, 신혼여행, 살림 합치기, 새 집 구하기, 계약하기, 추석선물발송, 인테리어. 혼자 살다가 둘이 살면 빨래의 양처럼 삶의 업무의 양두 배가 된다. 인생이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에 뿌듯하지만, 지금 해치워야 하는 업무의 쓰나미에 지칠 때도 있다. 이 와중에 다니던 직장은 당연히 잘 나가야 한다.


기본 업무 그대로인데 대형 프로젝트가 주어지기도 한다. 우리에겐 그 TF가 인테리어였다. 꼼꼼한 성격인 남편은 소위 텅키라고 하는 한 명의 인테리어업자에게 의뢰하는 방식을 려 했다.


모든 공정을 계획하고, 공정마다 다른 업체 의뢰하는 반셀프방식. 텅키보다 여러가지 옵션을 추가해도 저렴하다. 둘 다 직장을 다니는 게 걱정되었지만, 매일 인테리어 유튜브를 보고, 관련 카페를 드나드는 남편의 강력한 의지를 보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일상갈등은 쏟아지는 업무와 피로 속 수많은 의사결정 사이에서 생겨난다.

별 것도 아닌데..


주방 상판 쓸 거야? 수전은? 반셀프를 결정하는 순간 어마어마하게 많은 의사결정이 쏟아다. 모든 결정사항에서 둘의 의견이 일치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그가 원하는 대로 다 하면 예산은 무한대로 올라가는데.. 예산 안에서 꼭 필요한 것만 하자.


삶은 드라마가 아니라 엄청난 클라이막스나 반전은 없다. 상 갈등은 성냥을 한번 켰다가 바로 끄고 꽂아두는 것과 다. 싸움이 될 만하다가도 얼른 다른 결정을 해야 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그렇게 성냥갑에 수많은 성냥이 쌓일 때쯤, 작은 말 한마디가 큰 불씨가 되기도 한다.


요리대는 길게 빼달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작아? 도마를 놓으면 양파를 놓을 공간도 없어 보일 만큼 요상한 3D시뮬레이션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뭣이 중헌?


오랜만에 회식을 하고 온 남편이 취했는지 그동안의 서러움을 쏟아냈다. 나는 자기랑 잘 살기 위해서 열심히 한 것뿐인데.. 그동안 새벽부터 저녁까지 회사 앞뒤로 시간 쪼개어 현장을 정리하고 들어오던 남편 고맙고 미안했다. 집이 하자 없이 예쁘게 완성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둘이 함께 행복한 것이다.


한 정신과의사의 유튜브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결혼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외모나 성격이 아닌 나와 상대방의 문제해결능력이라고.


문제해결을 할 줄 아는 기본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해결 방식 어떤지, 서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의견을 어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해결은 하는데 그 속도 때문에 싸우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자주 못 올 동네 맛집

시원한 맥주에 꼬치를 먹고 싶다는 그의 말에 이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곳에 데리고 갔다. 이제 이 동네 맛집 올 날도 얼마 안 남았다. 한 손에는 간이 잘 배인 꼬치를, 한 손에는 남편 손을 꼭 잡고 남은 공정 다투지 말고 잘 마무리하기를 다짐했다. 뭣이 중지, 가슴에 잘 새기기. 대장은 오늘도 이렇게 한 수 배워간다.


by. 연애훈련대장 M과장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과 메타노이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