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녀가 아니다. 인서울 대학과 직장을 다니는 다분히 평범한 스펙을 지닌, 그렇다고 큰 하자도 없는 (내 생각에) 멀쩡한 사람이다. 속한 그룹 안에서 무난하게 몇 번의 연애를 해왔다. 그러나 삼십대를 넘기고 나니, 주변의 평범하고 멀쩡하고 좋은 사람들도 싱글인 경우가 많다. 계절마다 밀려드는 청첩장 속엔 이렇게 많은 연인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데... 연애, 뭐 그리 어려운 일이었나?
왜 아직 혼자냐는 질문엔 "아직 그냥 뭐, 생각이 없어."라고 시크한 척 내뱉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불안해지는 건 사실이다. 자의 반, 타의 반 그리고 코로나 발 강제 집순이, 집돌이가 된 우리, 눈 깜짝할 새 세월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야, 계란 한 판이야. 진부한 개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유효한 단어이다.
정말 제 짝이 있긴 한 걸까?
어쩌면 삼십대라고 말하기 살짝 양심 없는, 후반의 지점에서 삼십 대의 사랑에 대해 써 보고자 한다. 사십 대 오라버니, 언니들 역시 대환영이다.
하루아침에 만나고 사랑을 나누는 젊은 세대의 속도를 따라가긴 무섭고, 몇 번 선을 보고 평생을 문제없이 살았다는 부모님 세대의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다. 수백만 원을 주고 결혼정보회사에서 조건에 부합된 사람을 소개받아야 하는 것일까? 영화 HER에서 테오도르가 아이폰 연인 사만다에게 빠져들었던 것이 남 이야기가 아니게 될 것 같다는 공포감마저 든다.
(내 생각에) 난 상당히 멀쩡하고
(우리 생각에) 싱글인 친구들도 그러한데, 만남은 왜 어려운 걸까?
서른이 넘어가면서 달라지는 세 가지는
가치관, 취향, 사랑이다.
여행이 좋다. 꼰대는 나이 불문하고 싫다. 모닝커피가 좋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싫다. 비싼 커피를 주문했어도 금방 일어난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 지식과 잔고를 쌓아둔다. 남는 돈으로 어떤 주식을 사둘까 골라보기도 하고, 가끔은 관심 가는 물건과 음식을 아낌없이 지르기도 하며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삼십 대는 자아의 상승곡선을 그리는 시작점이다. 어린 나 보다 지금의 내가 좋은 이유는 확고해진 가치관과 경제적 자유 때문이다. 누군가는 똥고집이라고 말하는 나만의 가치관은 20대를 지나며 이런저런 정보와 경험을 흡수하고 점점 완성형이 되어간다. 이젠 정말 나의 결혼을 걱정하는 엄마의 말 따위는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적절한 때라는 건 없어. 적절한 사람이 있는 거지."
그러나 사람을 만나는 기회와 빈도는 삼십 대를 기점으로 하락곡선을 그린다. 설마, 때가 지나버린건가?
38이 한반도를 갈랐다면, 35는 대한민국 연애의 구분선이다.
30대가 되면서 만남의 기회는 빛 보다 빠르게 소멸하기 시작한다. (내 생각에) 나의 외적인 모습은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고, 사회적인 위치와 풍요로움은 그때보다 올라갔는데 왜?
시간은 공평하게 흐른다. 서른 초반에 달콤한 연애를 즐기고 있는 당신도 눈 깜빡하면 마의 35선을 넘어가 있다. 서른 초반의 싱글인가? 누워서 이 글을 볼 때가 아니다. 어서 남들보다 우위에 있을 때, 일어나라. 그 중요한 시기에 연인이 있었던 나 역시 공포의 시간을 체감하지 못했다.
서른 중반을 지나 새로운 연인을 만나고자 한다면 이전과는 달라져야 했다. 적절한때를 놓치면 적절한 사람도 없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자. 대한민국에서 인연을 만나 살 거라면.
직장에 관한 책에 이어 새로 시작하는 글에는 삼십 대부터 사십 대까지 다분히 멀쩡한우리가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과 '나름 작가'의 요즘 시대의 연애와 만남에 대한 감상을 기록할 예정이다.
말랑말랑한 글은 읽지도 쓰지도 않는 편이지만...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는 도움 혹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동안의 나의 소소한 노력과 작은 팁을 담아볼 예정이다.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 '요즘 직장 생존법'을 읽어본 분이라면 이 글이 주제에 비해 그다지 말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눈치챘을 것이다. 달콤함보다는 웃픈 피식거림에 가까울 것이다.
2020년의 마지막 날엔 이례적으로 보신각 종소리도 울리지 않았고 번화가는 고요했다. 수많은 시작 전 연인들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2021년이다. 거리제한 해제 시기에는 나아졌을까?연애 황금기는 딜리트 키를 누른듯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고자 하는 작은 의지를 가진 독자가 있다면 함께해주기를 바란다. 글을 지속하는 힘, 구독과 좋아요는 작가를 춤추게 한다. 심지어 무료이다.
이 글이 정말 효과가 있나요? 묻는다면, 앞으로 소개될 몇 가지 팁을 함께 해보고 스스로 결론지어보길 바란다. 하트 하나 날릴 때마다 결제가 되는 어플이 아니다, 당신의 자유의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진리이다. 연애에 있어선 더더욱.
2023년 1월 1일에 확인할 이 글의 결론이 해피엔딩일지는 나도 모른다. 물론 결혼이란 걸 '해피엔딩'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저 만나고, 쓰고, 사랑해보고자 한다.
아무도 우리의 봄날은 막을 수 없기에...
2021.1.1
by. 요즘 연애 시작법, M과장
ps. 머릿속에만 맴돌던 새로운 주제를 지금 쓰게 된 계기
내게 어설프나마 작가라는 인생의 길을 열어준 은인 같은 분의 조언 덕분에 새 글을 시작해봅니다.
'제가 만났던 처음 책 출간하시는 분들 중에서 작가님은 손에 꼽을 만큼 글을 잘 풀어가시는 분이었어요. 직장생활이라는 주제에 국한하지 마시고 다른 이야기로도 글을 계속 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요즘 직장 생존법'을 발견하고 총괄해주신, 흐름출판 K편집자님의 2020년 마지막 날 문자 -
한살 어렸던.. 2020년 마지막 날의 사진, 안녕...
참고 1. Do Remember They Can‘t Cancel the Spring (그 무엇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3)가 코로나 시대에 아이패드에 그린 수선화와 함께 전한 글이자 나의 핸드폰 메인화면. 나 역시 그렇게 믿는다.
참고 2. 영화 HER (2013) : 인격형 인공지능 체계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의 이야기를 담은 SF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