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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uk Kim Jul 12. 2021

비교정치론 : 시너지의 알고리즘

'결과다운 결과'가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시너지의 알고리즘 

: ‘결과다운 결과’가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학부 2년, 비교정치론


대구/경북 지역에서 어떤 사회적/정치적 상호작용이 보수정당(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를 재생산하는가?

Keyword : 절박함, 캐스트어웨이적 행위, 조지 레이코프, 역치값, 김연수




Ⅰ. 들어가면서

: 상호작용들의 합(合)


 4월 15일, 다시 한 번 우리들의 터전은 섬(島)이 되었다.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어떻든 간에 영남의 사람이라는 위치에서 목격한 '공통의 풍경'이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이는 '보통의 풍경'이 되어가는 듯이 보였다. 영남인과 비영남인들 모두가 "왜" 라고 질문했고, 대한민국 전체가 추측해보기 시작했다. 각자가 생각하는 답들을 내어놓았으며 이들을 나열해놓고 살펴볼 때, 오답이라고 할 만한 답안은 없었다. 하지만 정답도 없었다. 모든 답안이 부분점수를 받아갈 만한 자격이 있었다. 결국 이를 다 묶어낼 때, 가장 고득점의 답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가능성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대구 · 경북지역의 보수정당을 향한 '재선택'은 한 가지의 요인이 지배적으로 영향력을 끼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도 이를 두고 정치 인사들의 생각들은 다양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승리하였으나, 이번 4.15 총선에서는 낙선한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대구 · 경북지역의 보수압승이라는 결과를 두고 이념주의와 지역주의의 결합효과로 보았다. 김부겸 "대구서 민주당 지지율 35%로 끌어올리겠다"」, 『시사저널』, 2020.05.19 매일신문 경북본사의 김교영 본사장은 자신의 칼럼에서 현재 TK지역은 보수-진보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주지의 글을 써내기도 했다.  김교영, 「TK, 진보-보수 프레임에 갇혔다」, 『매일신문』, 2020.05.17 반면 한국당 비대위원이기도 했던 국민대 행정학과의 홍성걸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영남지역의 보수선택은 일종의 '절박감'에서 나온 선택이라는 의견을 피력한다. 홍성걸, 『한국 보수주의, 미래는 있다』, 만인사, 2019



 이처럼 여러 의견들이 한 자리씩 차지한다. 동일한 결과에 대한 다각적 의견의 등장인 것이다. 벌어진 결과에 대해서 여러 요인이 존재할 때, 이를 살펴보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법학에서도 '중첩적 인과관계'라고 하는 비슷한 개념이 있다. A와 B가 서로 모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C를 살해하기 위해서 치사량에는 미치지 않는 독약을 각각 먹였다. 이 둘의 독약이 합쳐져 결국 C를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대체 둘 중 누가 C를 죽인 범인이 될까? 이는 법학자 사이에서도 여러 학설로 나뉠 만큼 골치 아픈 일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들로 하여금 '작은 상호작용'들이 합쳐져 '큰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들은 항상 종국적으로 '현상'을 낳는다. 이 현상들은 다시금 더 큰 현상을 발생시키는 요소로써 역할한다. 어찌 보면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참으로 미묘한 일이기도 하다. 정치라는 장(場) 속에서 존재하는 각각의 상호작용들이 결합되어 일으키는 시너지효과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마치 북극에서 오로라를 관측하는 것처럼, 앞서 말한 시너지효과가 대구와 경북이라는 공간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는 작금이다. 우리는 단지 고개를 들어 그 광경이자 현상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과제를 하는 과정 속에 쏟아내는 단상(斷想)들은 앞서 말했듯이 '부분점수를 받은 답안'이다. 서로의 답안을 합쳐내어 신뢰성 높은 답지부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협력하고 논의해야한다. 



 요즘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는 ‘알고리즘(algorism)’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나도 모르게 유튜브가 이끄는 추천 알고리즘을 따라왔다고 하는 댓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대구경북에서는 보수재선택이라는 결과에 대해서 가해졌던 시너지 효과들은 어떤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었는지 짚어보려 한다.




Ⅱ. 시너지의 구성요소

 1. ‘과도한 진영주의’와 지역주의 : 프레임의 격돌


 어쩌면 '진영논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확할 듯하다. 진영논리는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조직의 이념과 정강, 행동은 항상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자신과 반대되거나 다른 위치에 있는 이들의 주장은 극단적으로 배척시키는 것을 이야기한다. 조직 속의 개인은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해당 진영에 몸담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이게 되면서 세력을 확장시켜 나간다. 그렇게 진영은 성립한다. 정치적 투쟁을 행할 때도 진영을 중심으로 벌어지게 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그 진영주의적 사고에 브레이크가 고장 나게 되어 '과도한 진영주의'로 변질될 때, '진영논리'는 등장한다. 진영주의는 맹목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 정당도 그러한 맥락에서 형성된 것이 아닌가. 어쩌면 앞서 우리가 생각해보았던 갈등봉합의 '열쇠'는 현재 정치권 속의 진영들이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이러한 진영주의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강조될 타이밍이면 어김없이 진영논리가 등장한다. 이렇게 상황이 전개될 때쯤이면 각 진영들은 들고 있던 봉합의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각 진영에서는 여러 프레임을 내건다. 일종의 정치공학적인 전략이다. 상대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그것을 이용하여 우리는 그들과는 다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감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서로의 프레임이 우리 측에게 언제까지 '유효할 것'이며, 어느 정도의 '파괴력'이 있는지를 계산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판에 이르러서는 마치 공장에서 페트병을 양산해내듯이 프레임을 형성하는 과정이 극도로 단축되고, 공격성은 높아진다.



 마치 정확하고 사회에 꼭 필요한 프레임들은 공격성이나 파괴력의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사실관계의 확인, 무차별적인 공격성, 시민들 사이의 반향은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던’ 프레임이론의 아버지,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도 정확하고, 견고한 프레임으로 논쟁을 준비하라고 이야기하는데도 George Lakoff, 『Thinking Points: Communicating Our American Values and Vision』, Farrar Straus Giroux, 2006 이는 참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그렇게 쏟아져 나온 프레임들과 '과도한 진영주의'의 산물들은 그 무엇보다 빠르고, 강하게 '낙동강과 영산강'으로 유입된다. 그렇게 '공격의 함유량'은 높고 '사실의 함유량'은 적은 프레임들이 해당 지역의 일부 사람들의 입에서 다시금 재생된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은 확증 재편향되는 조짐까지도 보인다.



 각 포털사이트의 댓글창만 봐도 곧장 지역과 진영을 중심으로 나뉘는 태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컨트롤과 F키를 누르고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을 비하하는 용어들을 넣으면 끝도 없이 결과가 잡혀 나온다. 각각의 댓글창이 전쟁터이며, 진흙탕이다. 아무리 진영논리와 지역주의에 대해서 균열과 청산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영남과 호남지역은 진영논리 및 지역주의와 관련해서 크고 작은 일들이 잦게 일어난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역치(閾値)값이 아주 낮다. 다들 알게 모르게, 예민해져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18년도 전반기의 대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진영논리와 관계없는 대구교육감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진영논리 관계없는 대구교육감 단일화 가능할까?」, 『TBC』, 2018.05.17 에 대한 시선이었겠는가.



 전라남도가 대구지역의 코로나 환자치료에 협력하기 위해서 삼백 개가 넘는 병상을 비우고 환자들을 맞이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들려오는데도 불구하고, 99년 7월 달에 쓰여진 지역주의 타파에 관한 충북대 홍원표 교수의 칼럼내용은 며칠 전에 쓰인 지역주의 관련 칼럼 홍원표, 「한국의 지역주의와 해소방안, 지역주의 해소방안의 모색」, 『서울신문』, 1999.07.17, 6면 과도 아주 유사한 결론을 지닌다. 진정으로 지역주의와 진영논리가 사라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시민들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구호가 아닌 실질적으로 지역주의 청산에 앞장섰던 사례는 2016년도에 있었다. 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가 전남 순천에서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옴과 동시에 대구 수성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후보가 당선되었다. 실제로 58년 개띠로 절친한 두 사람이었다. 20대 총선이 끝나고 이정현 의원은 김부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울먹이며 형 봤제. 나 해냈소. 라고 말하자, 김부겸 의원은 정말로 큰일했다고 대답했다던 당시의 담소가 다시금 잔잔하게 들려온다.「'지역구도 타파' 동지 김부겸·이정현의 우정」, 『중앙일보』, 2014.08.09



 앞서 말한 두 사람의 사례는 아직은 '비주류적 사례'이다. 여전히 정치권은 지역갈등을 필두로 하는 정치행태를 밑바탕에 깔아둔다. 뿌리가 단단한 상호작용일 뿐만 아니라 지역 간의 감정적 대립과 정치공학적 이용에 있어서 빼놓을 수가 없는 요소이다. 필연적으로 시너지효과에 있어서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과정들이 고착화되고, 지속화되면서 해당 지역의 사람들은 자꾸만 울타리를 쌓는다.


 황순원문학상과 이상문학상과 같은 문단의 굵직한 수상을 거머쥔 소설가이자 시인 김연수는 동인문학상을 탄 이듬해였던 2004년, 「청춘의 문장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는 목적의 작품이었다. 청춘이 끝날 무렵, 청춘을 돌아보는 내용의 책을 반쯤 읽어가다보면 이러한 '문장'이 나온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과거의 그들은 지역과 진영을 두고서, '흉터'와 같은 선을 그어냈다. 어쩌면 단지 유권자 분할전략이라는 수단의 일환으로써 쓰인 흉터들이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예측을 못한 채로. 김연수의 청춘은 '들고양이'였지만, 대한민국의 지역감정과 진영대립은 '검은 고양이'이다. 분할전략이라는 개념으로써 사용해낸 정치적 결과는 나름대로의 효과를 보았을지 모르나, 그 그림자가 여전히 그늘을 드리운다.



 영남과 호남에서는 지역주의와 진영논리가 계속해서 유권자를 부추긴다. '무조건 우리 사람 찍어줘야지' 하는 말 한 마디와 감정 한 움큼을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그렇게 지역주의와 진영논리는 경상도와 전라도라는 좁디 좁은 한반도의 두 곳을 거점삼아 아주 활발하고 끈질기게 '상호작용'한다.



2. ‘절박함과 위기감’


  이번 총선에서 부각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절박함'이다. 총선이 끝이 난지 한 달 정도가 지난 현 시점에서, 대구와 경북을 향한 뉴스의 헤드라인에는 '마지막', '전멸', '위기감' 등의 워딩이 자주 보이는 듯 했다. 앞서 말한 홍성걸 교수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의 유권자들도 비슷한 인식을 느끼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절박감이라는 정서가 TK 내의 보수압승이라는 결과에 대한 지분을 크게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전체적인 정치판세 속에서 대구와 경북을 향해오는 압박감이 일정 부분 선거에서 유의미하게 작용했음은 당연하다. 미래통합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주호영 의원 또한 당선 직후의 발언에서 현재의 선거 판세를 보면 아주 절박한 상황이라면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다시 집권할 수가 없음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거 직전의 감정들이 지역주의 혹은 진영의 슬로건과 맞물려 들어간 측면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대구와 경북의 사람들은 방어기제의 일종으로써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고, 대구의 투표율(67%)은 전국적 수치(66%)보다 앞섰다. 위기감 혹은 절박감이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정 부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20대 총선과 정치양상이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4년 전 123 대 122라는 결과와 다시 4년이 흐른 지금은 대조적이다.



 절박한 마음에 표를 주는 것과 지지하는 마음에 표를 주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내가 당신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마음에 행사하는 표들은 전제조건이 달려있지 않다. 말 그대로 후보를 정치적으로, 정책적으로 더 나아가서는 인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절박함과 위기감에서 피어난 표는 몇 가지 전제조건과 하소연들이 붙어서 나온다. 당신을 지지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라는 조건이 달리며, 나의 권리행사는 순전히 '방어용'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같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우려는 내가 선택하는 정치진영의 현 주소가 이렇게 지속된다면 나는 '이탈'하겠다는 표현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5월 셋째주 정례적 차원에서 실시하는 정치성향 조사에서는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범진보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보수성향의 응답률은 간신히 30%에 도달하는 수준이었다.「5월 셋째주 정례조사 : 정치성향」, 알앤써치, 2020.05.20 보수진영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 결과인 것이다. 



 그렇다. '절박함과 위기감' 속에는 근본적인 '실망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지지자들의 정치적 의중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를 간파해야지만,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아마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에 관련된 대구경북권의 민심을 파악한 듯한 행보를 보여주는 듯이 보인다. 보수진영이 가장 먼저 실력으로써 증명해야 하는 지역은 서울도, 충청도 아니다. 그들이 텃밭이라고 부르는 이곳일지도 모른다.



 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보면서 영화 '캐스트 어웨이'가 불현듯이 떠올랐다. 내가 태어날 때쯤 개봉한 영화일텐데, 대표적인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장르 중 하나인 영화이다. 주인공 톰 행크스는 4년 간 섬에 고립되어서 살아간다. 그에게 눈코입이 대충 빨갛게 그려진 배구공, 윌슨은 유일한 관계이자, 정신적 생명줄이었다. 나의 외로움과 허전한 마음을 채워내기 위해 만들어 낸 존재이다. 



 20대 총선에서 이곳을 터전으로 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절박함'을 매개로 하여 투표를 한 건 어쩌면 이러한 월슨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일명 '캐스트어웨이적 행위'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국면이 찾아올 때까지 버텨내겠다는 의지, 다음에 찾아올 전환점에 대한 희망, 취할 것과 버릴 것을 명확히 하여 재정비된 궤도를 그려내야 한다는 회고의 마음을 전부 담아내고 있지는 않을까.




Ⅲ. 글을 닫으며

: ‘결과다운 결과’가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진영논리에다 지역주의라는 고질적인 분할전략에 더불어 보수진영에 대한 절박감까지 중첩되어 이곳에서는 '진짜' 시너지효과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번 시너지효과는 '변종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으나, 그 누구도 이에 대해서 대안을 상정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결국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마음으로 기표소에 들어간 건 이곳의 사람들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그렇게 다시금 보수진영이 재창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세가 의미하는 것들은 그 어느 때와도 확연하게 다르다. 각자가 하는 정치적 선택에는 항상 합리적인 이유가 따라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강력한 선호라도 받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혹은 '반대를 위한 반대'와 같은 이유들이 유권자의 한 표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있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에서도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선택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별 맞춤투표 마케팅'은 이제 사라져야한다. 합리적인 이유들로 개인의 선택을 받아서 정치권력이 재창출되는 건 민주주의 국가가 가져올 수 있는 당연한 결과이며, 시대의 정치작용이 건강하다는 증명이다. 어찌 보면 '절박함'으로 명명되는 시너지의 요소도 지역주의와 진영논리를 숙주로 삼았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완벽주의는 무기력의 다른 말이다. 지금부터 지역주의와 진영논리를 단숨에 잡아내겠다는 건 광안리 모래사장에서 맨눈으로 바늘을 찾겠다는 뜻이다. 차근차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움직임이 단절되지 않아야 하고, 사정이 어려울 때는 흐릿하게라도 연속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들의 터전에서는 더 이상 앞서 이야기한 '검은 고양이' 본문의 「과도한 진영주의와 지역주의 : 프레임의 격돌」 12번째 문단 中 들이 지나다니거나, 우리들 손으로 '윌슨' 본문의 「‘절박함과 위기감’」 9번째 문단 中 을 만들어내는 일들이 없기를 내심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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