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 Jan 07. 2022

낮과 밤의 경계: 일몰시(日沒時)2

일몰의 주는 선물_송도 오션스코프 전망대

2)송도 오션스코프 전망대


교통 Tip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80

(센트럴파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근처에 주차된 차량만 보인다면 맞게 찾아간 거예요)


처음 답사 목적으로 방문했을 때엔

유독 안개가 짙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오션스코프 전망대의 일몰은 유독  보기가 어려웠다.

방문할 때마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일몰 시간을 놓쳐버린 탓에

정말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난감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본 날

아주 운이 좋게 하늘이 맑고 깨끗했다.

오늘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빠르게 택시를 잡아탔고,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다.

그때서야 조금씩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곳에서 본 일몰은 뭐랄까, 마치 달걀노른자 같았다.

노랗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완전한 원형의 모습이었기에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점차 내려오는 해는 본인도 곧 퇴근할 것이니

어둠을 준비하라는 듯 아주 느긋하게 내려왔다.

무심결에 해님도 퇴근은 해야 하니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외진 곳에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는,

매력적인 일몰을 볼 수 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송도 오션스코프 전망대 일몰의 진가는

그때부터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저 멀리 건물 사이로 모습을 보이는 또렷한 해의 모양과

전망대 내부에 드리우는 빛과 그림자는

해가 지는 이 시간, 이 찰나에만 볼 수 있다.

서해를 향해있는 컨테이너 내부의 계단에 올라서면

높이에 따라 마주하는 광경이 다르다.


멀리 있는 인천대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붉은빛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컨테이너 박스 내부 왼쪽에 사각형으로 뚫려있는 틀은

액자의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마치 액자에 걸린 일몰 사진을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시시각각 변하는 해의 위치에 따라 빛의 색도,

그림자도 변한다.

흰색과 연한 노란색이 섞여 있다가

해가 수평선에 점차 가까워질수록

전망대는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그림자는 점점 길어졌다.


시간대에 따라 변하는 빛과 그림자의 모습을 보고

붉게 물드는 주변의 모습을 즐기는 것도

새로운 일몰의 모습을, 인천의 일부를 발견하는 방법이다.



일몰의 빛 덕분에 익숙한 건물과 나무가 낯설게,

새롭게 느껴져 혼자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기록을 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짧은 시간 동안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던 도중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또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고층 아파트와 그 모습이 물에 반사되어

데칼코마니를 보는 것 같았다.

고층 아파트가 멋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아파트도 나름 멋있는 조형물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또한 일몰의 빛이 있어 가능한 생각이다.

이전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져버려

발견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으니.

몇 번의 방문 끝에 운이 좋게 만난 송도의 일몰은

몇 번의 시도라도 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곳에서 일몰을 마주한다면

한 편의 빛과 그림자의 전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일몰이 주는 선물을 꼭 만나보기를.



일몰이 보내는 메시지:

“제가 뿜어내는 빛의 모양을 찾아주세요.

공간마다, 공간의 형태에 따라

새로운 빛의 모양을 발견하고

또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색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낮과 밤의 경계: 일몰시(日沒時)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