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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jin May 16. 2024

꿈의 해석

꿈으로의 여행: 내면세계 탐험기

언젠가 꿈에 대해 한 번쯤 말하고 싶었는데, 아마도 나 자신도 모르는 내면 깊숙이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었기 때문인 거 같다. 나는 종종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꿈들을 꾸곤 한다. 이런 꿈들은 때로는 단순히 수면 중의 환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하고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그중 일부는 가끔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프로이트와 어느 정도 대척점에 있는 아들러의 인지 심리학이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대한 내 이해를 넓혀주는 데 더 큰 도움이 되었음에도, 프로이트의 꿈에 대한 이론에는 많은 부분 공감한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꿈은 일상생활에서 충족시키지 못한 욕구들이 무의식 속에서 표현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내가 꾸는 꿈들은 이 이론을 어느 정도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가끔은 터무니없는 꿈들도 꾸곤 하는데, 이런 꿈들 속에서도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다. 어떤 꿈이든 간에, 꿈을 통해 나 자신과 더 깊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주로 경험하는 꿈들은 몇 가지 반복되는 패턴을 갖는다. 첫 번째 가장 많이 꾸는 꿈은 어딘가에 갇혀서 출구를 찾아 탈출하려고 헤매는 꿈이다. 이러한 꿈에서 나는 대부분 복잡하고 얽힌 미로와 같은 건물 안에 있는데, 이곳은 대개 문이나 창문이 없다. 창문이나 문이 보이더라도 그것을 열 수 없는 상황이거나,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밀실의 입구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한다. 이러한 유형의 꿈을 자각한 것은 아주 오래되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미끄럼틀에 갇혀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꿈을 꾸었다.


내가 어려서부터 갇히는 꿈을 많이 꾸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약간의 폐소공포증이 있다. 웬만큼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층수라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터미널을 지날 때면 공황증세가 나타나 운전을 그만두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러한 폐소공포증이 꿈속에서 반복적으로 갇히는 상황을 경험하게 만드는 원인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의 두려움과 공포감이 내면에도 자리 잡고 있어서 꿈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이런 악몽을 꾸고 나면 온몸이 아프다. 얼마나 긴장한 건지 식은땀을 흘리며 불안한 마음으로 깨어날 때도 많다. 꿈속의 나는 언제나 혼자고 그 어두운 공간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단 한 번도 탈출에 성공한 적이 없다. 어떤 날은 이 꿈 때문에 아침부터 피로가 쌓인 것처럼 몸이 무겁고,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한다.


두 번째 꿈의 패턴은 무언가를 놓친다. 주로 비행기를 많이 놓치는데, 기차일 때도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확실히 놓쳤다기보다는 제시간에 도착하려고 애쓰면서 마음 졸이는데서 꿈이 끝난다는 것이다. 공항이나 기차역으로 가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안절부절못하거나 택시가 잡히지 않거나, 가는 길이 너무 막히는 상황이 계속된다. 출발 시각을 지나 놓쳤구나 체념하기 직전까지만 꾸는 것이다. 그래서 잠에서 깨고 나면, 제시간에 공항에 갔을까, 늦었어도 지연된 차편이 덕분에 다행히 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참 곱씹곤 한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꿈은 스트레스가 많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꾸곤 한다.


세 번째 꿈의 패턴은 첫 번째 꿈과는 반대로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하늘을 나는 꿈이다. 하늘을 나는 꿈은 또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나는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해, 그들이 따라올 수 없는 하늘로 슝하고 날아오른다. 다행히 추격자들은 나와 같은 비행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비행 능력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계속해서 하늘을 날아 도망친다. 불안감 속에서도 다행히 추격자에게 붙잡힌 적은 없다. 두 번째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상황에서 하늘을 유유히 나는 꿈이다. 풍경은 대체로 아름답고 푸른 나무들에는 과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때때로 지상에 행복의 기운(가루)을 뿌리며, 행복의 요정처럼 난다. 


최근에는 늘 꾸던 패턴화 된 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의 꿈을 자주 꾸는데, 실제로 경험한 사건과 감정들이 곧바로 꿈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나는 솔로>를 보다가 잠이 든 날에는 꿈에서 전남친과 함께 <나는 솔로>에 출연했다. (환승연애랑 섞인 듯?)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잔 날은 '라이킷'을 많이 받는 꿈을 꿨다. 브런치가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열망이 반영한 듯한 꿈이다. 또, 시험에 관한 꿈도 있었다. 모든 문제를 다 풀고 만점을 기대하며 채점을 하는데, 풀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는 걸 깨닫고 당황했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현실의 불안감이 반영된 꿈인 거 같다. 


매번 꿈에 큰 의미 부여를 하긴 힘들겠지만, 개인적인 심리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확실하다. 꿈의 메시지를 몇 가지로 해석해 보자면, 우선, 반복되는 특정 꿈의 패턴은 내면에 존재하는 갈등과 불안, 두려움을 반영하는 것 같다. 갇혀있거나 탈출할 수 없는 상황,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거나 잃어버리는 꿈은 현실의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꿈의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여전히 억눌린 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음을 깨닫게 한다. 둘째로, 최근 겪은 일이나 생각, 감정들이 꿈속에서 재구성되어 나타나는 것은 실제의 의식적 사고가 무의식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꿈을 통해 다시 한번 발현되는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하늘을 나는 꿈은 앞선 불안, 두려움이라는 제약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하려는 내면의 욕구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  


꿈은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이 될 수도 있다. 꿈을 통해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현실 불안이나 문제들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기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점에서 의미가 있을 거 같다. 다만, 바꿀 수 없는 꿈의 해석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그날의 감정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실의 내 선택과 행동, 그리고 이를 통해 바꾸는 내 삶을 통해서 진짜 꿈을 이루어 갈 수 있기에, 밤보다는 낮에 더 많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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