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고양이_5
은영은 일찌감치 가족이 확정된 셋째를 위해 사진을 찍고 엄지여사에게 전송했다. 너무 일찍 보내면 안 된다기에 두 달이 되는 날 보내기로 했는 데 아무래도 단풍이가 걸렸다.
-단풍아 미안해, 언니가 아기들을 다 책임질 수가 없어. 대신 정말 좋은 가족 만나도록 언니가 잘 알아보고 보낼게.
단풍이는 은영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풍이는 작년의 아픔이 생각났다. 아기들을 다 살려낼 수 없었던 그 밤에 비해 지금은 얼마나 다행인가. 단풍이는 은영과 함께 있는 요즘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러니까 은영은 분명 아기들을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은영이 말했다.
-단풍아, 10월 15일이 네가 아기들을 낳은 날이야. 셋째는 12월에 가족과 만나기로 했어. 제일 먼저 가족을 만났네, 글쎄 형들이 셋이나 된다지 뭐야, 사진 볼래?
은영이는 단풍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자꾸 말을 걸었다. 아기들은 서로 엉겨서 놀고 있고 단풍이는 창틀에 앉아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고 있는데, 은영은 자꾸만 단풍이가 신경 쓰인다.
엄지여사는 잠이 오지 않는다. 고양이가 있는 삶에 대해 본격적으로 상상을 한다. 아직까지 털 알레르기는 없었지만 누구 하나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털이 많이 빠진다던데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지, 그리고 예방접종은 어느 병원이 나은가. 밥그릇은 어떤 것을 써야 하지....
누웠다가 일어나서 다시 고양이 카페를 들어갔다. 초보 집사 / 고양이 준비물 / 고양이 예방접종 등의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고 공부하고 적어두고.
아침이 되어 아이들이 등교하고 고양이 관련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고, 아이들이 보기에 가장 괜찮아 보이는 한 두 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은찬이가 돌아온 오후,
-은찬아, 우리 백점이 오기 전에 고양이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 나 공부했어, 고양이는 종류가 엄청 많대. 나는 그중에 러시안 블루~!! 걔가 젤 좋아. 걔로 데려오면 안 돼?
아.. 러시안 블루, 사진 속에서 본 빛나는 초록색 눈동자, 엄지 여사도 좋아하는 종이다. 그러나 우리 백점이는 그 아이가 아니다.
-은찬아, 러시안 블루는 돈을 주고 사 와야 해. 근데 앞으로 우리 가족이 될 백점이를 돈 주고 사는 건 좀 그런 거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엄지여사는 이미 정해진 백점이를 어떻게 은찬이에게 자연스럽게 결재를 받을지 생각하며 조심조심 말했다.
-아, 엄마 동민이네 고양이도 사 왔다고 했어. 동민이네 고양이가 러시안 블루거든, 엄청 비싸다고 하긴 하던데.
그렇지, 비싸기도 하지, 엄지여사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생명을 돈 주고 사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도 물론 있지만 예쁜 품종묘들은 너무나 비싸서 이후의 병치레들에 대한 단점들 아니고도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던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비싼 것도 맞긴 한데 그 아기들이 건강한 엄마 고양이가 낳은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약하고 일찍 죽기도 하고 그렇다고 하던데, 엄마는 아기 고양이가 아픈 거 속상해서 못 볼 거 같아. 그리고 아기 고양이는 다 이뻐. 길고양이가 낳은 아가들이 있는데 그런 아가를 데려오면 길에서 춥고 배고픈 고양이 한 마리에게 우리가 도움을 주는 것도 되고.
길게 생각도 안 한다. 은찬이의 빠른 대답.
-응, 엄마. 난 고양이면 돼. 고양이랑 같이 꼭 끌어안고 잘 거야~!!! 생각만 해도 좋아~!
엄지여사는 은영의 고양이를 보여줬다.
-은찬아, 여기 어떤 분이 길고양이를 만났는데 그 고양이가 아기를 낳았대. 우리 이 고양이는 어떨까?
사진을 넘기며 웃는 은찬이, 아무려면 어때, 고양이가 우리 집에 온다는데. 은찬이가 다섯 마리의 아기들을 보면서 말한다.
- 노랑, 노랑 고양이. 다른 애들은 다 비슷한데 얘만 노랑이야. 엄마, 노랑이 노랑이가 좋아.
아, 은찬이가 이렇게 마음을 알아주다니.
엄지여사는 은찬이의 볼을 비비며 마음으로 환호했다.
-통했네~~ 엄마도 노랑이가 좋아.
-그럼 우리 백점이 만나는 날을 정해보자.
그렇게 은찬이의 백점이는 집이 생기고 가족이 생겼다.
•우리 고양이를 만나고 이 아이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쓰고 싶어 졌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씁니다. 기록은 기억을 더 생생하고 행복하게 하니까요.